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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08 15:17:42
  • 최종수정2026.09.08 15:17:42

2창수

아티스트

현상이 시작된 곳이나 그것이 만들어지게 된 본바탕을 근원이라 한다. 문자로 근원은 뿌리 근(根)과 근원 원(源)을 사용한다. 근(根)은 나무의 뿌리를 의미하며 눈으로 보이는 나무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중요한 부분이다. 원(源)은 물이 처음 흘러나오는 곳으로 물줄기가 시작되는 장소를 의미한다. 근원이라는 말에는 눈으로 보이는 현상이나 결과가 만들어지기 이전, 그 시작을 가능하게 한 바탕이라는 의미가 함께 들어 있다.

오래전부터 인류는 세계는 어디에서 시작되었으며 만물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 물음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근본적 시작과 원리를 '아르케(ἀρχή)'라고 하였다. 탈레스는 만물의 아르케를 물이라고 생각하였으며 이후 철학자들은 공기와 불, 무한정한 것 등 서로 다른 근원을 제시하였다. 철학의 시작에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라는 질문이 먼저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형이상학》의 첫 문장을 "모든 인간은 본성적으로 알기를 욕구한다(Πάντες ἄνθρωποι τοῦ εἰδέναι ὀρέγονται φύσει)"라고 시작하였다. 인간이 근원을 찾는 것은 존재의 처음을 알고자 하는 욕구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욕구는 과학의 발전을 이루게 만들었고 인간 대신 방대한 정보를 짧은 시간에 분석하는 AI까지 만들었다.

AI가 인간보다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에 정리하고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여 근원에 대한 질문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우주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인간이 어떤 물질로 구성되었는지, 생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는 과학이 상당 부분 설명한다. 설명할 수 있는 것이 많아졌지만 설명되지 않는 문제도 남는다. 물질을 넘어 인간은 관계로 삶을 만든다. 왜 서로를 미워하는가, 왜 더 많이 가지려 하는가, 전쟁은 왜 반복되는가와 같은 질문은 기록이 시작된 과거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질문이다.

인류의 역사는 발전의 역사이면서 전쟁의 역사이기도 하다. 인간은 농사를 짓고 도시를 만들었으며 국가를 만들었다. 문자가 만들어지고 법과 제도가 생겼으며 과학기술은 인간의 생활을 크게 바꾸었다. 제도는 인류를 번성하게 만들었고 더 나은 번성을 위해 다른 집단의 땅과 자원을 차지하는 방법도 사용하였다. 전쟁은 그것을 가장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에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자지구의 무장해제와 이스라엘군 철수를 포함한 평화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종전을 위한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평화라는 같은 말을 사용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누가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두고 다시 충돌하고 있으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전투를 계속하면서 협상을 이야기한다.

평화를 만드는 회의에서도 결국 각자의 몫을 계산한다. 인간은 계산기를 발명하기 오래전부터 답 없는 계산을 했다. 전쟁을 막기 위한 국제기구를 만들었고 인권이라는 개념도 넓어졌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는 돌과 칼에서 총으로, 총에서 미사일과 무인기까지 발전하였다. 인간은 돌도끼를 첨단무기로 바꾸었지만 싸우는 이유까지 크게 발전시킨 것 같지는 않다. 땅과 자원, 종교와 민족, 안전과 권력이라는 이름은 달라도 더 가지려 하고 빼앗기지 않으려는 모습은 오래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쟁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는 오래된 문제이다. 전쟁에는 두려움이 있고 소유의 문제가 있으며 힘을 유지하려는 욕망도 있다. 종교와 민족의 차이가 전쟁의 이유로 제시되기도 하지만 같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끼리도 싸우며 같은 민족 안에서도 전쟁은 일어난다. 종교와 민족 자체가 근원이라면 같은 종교와 같은 민족은 싸우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잘알 듯이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간이 싸움을 시작하는 이유보다 싸움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가 더 어려운 근본 문제일 것이다. 우리는 상대가 왜 잘못했는지는 쉽게 설명한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고대 철학자들은 만물의 근원이 물인지 불인지 물었다. 수천 년이 지난 인간은 원자의 구조를 알고 우주의 시작을 설명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는 AI까지 만들었다. 인류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는 과거보다 훨씬 많이 알게 되었다. 그래도 인간이 왜 싸우는가는 아직도 답을 찾고 있다. 전쟁 무기만 최신형으로 교체하면서 답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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