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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07 14:48:30
  • 최종수정2026.09.07 14:48:30

함무성

수필가

으슴푸레한 밤, 부엉이 소리가 사라졌다. 콘트라베이스의 저음으로 '부~엉 부~엉' 하던 소리다. 작은 점으로 반짝이며 골짜기에서 휘돌던 반딧불도 안 보인다. 자연은 늘 흐르고 변한다지만 몇 년 새 많이 달라졌다. 칠흑 같은 밤이 언제였으며 별을 본지가 언제였나. 도시의 대교와 공원의 외관장식조명에 감탄하며 '별을 잃어버리는 것쯤이야' 하며 지냈다.

우리의 밤은 너무 밝다. 밝게, 밝게, 더 밝게 경쟁을 한다. 고단한 하루를 끝낸 저녁에도 전자기기의 불빛에 유혹 당한다. 우리는 갈수록 밝아지는 인공 빛에 무심한 걸까. '빛 공해'라는 말을 들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방혜자(1937~2022) 회고전『천지에 마음의 빛 뿌리며 간다』를 관람했다. '빛'이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작가는 평생에 걸쳐 생명의 빛에서 마음의 빛으로, 다시 더 깊고 높은 영성의 빛으로 나아가려 한 화가다. 그의 작품에서 빛은 단순히 밝음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초월적 사색을 하게한다. 대형 화폭에 표현된 그의 빛은 아름다운 자연 빛이다. 빛이 그처럼 소중하고 아름다운 건 어둠이 있기 때문이겠다. 우리는 어둠에서 태어나고 빛을 향해 성장하며 다시 어둠으로 돌아간다.

요즘 생태학자들은 인공 빛의 과도한 사용에 경보음을 울린다. 야간조명이 생태계의 교란과 인체의 질병을 확산시킨다고 한다. 오랜 세월 동안 흡연의 위해함을 알려도 흡연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것처럼, '빛 공해'의 충격적 진실을 알려도 빛은 안전과 밀접한 것, 생존경쟁의 필수목록으로만 여기기 때문에 이야기 감도 되지 못한다.

식물들과 지구의 동물 종 3분의2에게도 밤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밤에 이동하는 철새들은 인공조명을 달빛으로 알고 밤새도록 원형비행을 하다 지쳐 낙오된다. 수많은 나방들도 가로등 불빛에 속는다. '불나방'도 죽기를 각오한 건 아니겠다. 수분 매개자의 역할을 할 나방들이 불빛에 끌려 죽는 이유는 철새처럼 인공조명에 의한 항법시스템의 오작동 때문이다. 과도한 빛 문화가 밤의 생명체에게는 독 일 따름이다.

상가의 불경기와 조명은 반비례 한다. 삶이 팍팍 할수록 불빛들은 더 강하다. 오색으로 번쩍이는 조명아래 모여 '토요일은 밤이 좋아.'를 목청껏 외치는 그네들만큼은 철새처럼, 나방처럼 방향감각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숲속마을에도 산 너머로 올라오는 도시의 불빛으로 밤하늘이 회색빛이다. 집집마다 빙 둘러 밝힌 LED등과, 전등갓도 씌우지 않고 높이 달린 가로등으로 눈이 부시다. 사람들은 자기 집의 불빛이 다른 사람이나 동식물에게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 침입 광 때문에 밤이면 암막커튼을 치고 잠을 청해야 하는 이웃을 배려한다면 등의 조도照度를 낮추거나 각도를 조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일이다.

'빛 공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한다. 햇빛보다 청색광이 강한 밤의 인공조명은 우리 뇌를 보호하는 기능인 <멜라토닌> 분비를 억제하여 수면장애, 과체중, 우울증, 암도 가져온다고 한다.

<분재>를 가꾸는 어른에게 '건강관리를 어떻게 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해 뜨면 일어나고, 해 지면 잡니다. 식물도 함께 일어나고 자지요."

우리의 생체리듬은 자연의 질서를 따른다. 그 규칙을 우리가 잊고 있는 동안 식물은 계절감각을 잃고, 곤충들은 제 임무를 다 하지 못한다. 생태계가 병들면 사람도 병든다. 빛 환경정책에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지만 가정의 빛 절제습관은 쉽고 빠르게 실천할 수 있다. 덜 필요한 전기스위치를 '딸깍' 내리면 된다. 어둠 속에서 온전한 쉼도 경험해본다.

돌아오라. 부엉아! 돌아와. 여린 반딧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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