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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의 디지털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서둘러야 한다

  • 웹출고시간2026.09.06 14:57:31
  • 최종수정2026.09.06 14:57:31

원광희

청주시정연구원장

도로는 시민의 일상과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로를 관리하는 방식은 도로의 위치와 경계, 교량과 터널, 각종 시설물 등의 정보를 개별적으로 관리하는 데 머물러 왔다. 이제는 도로를 단순한 물리적 시설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로 관리하는 '디지털 도로'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국토교통부는 2031년 완공을 목표로 '디지털 도로대장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도로대장 디지털 구축률은 약 50% 수준이다. 하지만 충북지역은 영동군을 제외하면 아직 본격적인 구축을 시작하지 못한 지자체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국가 전체가 디지털 도로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충북의 대응이 늦어진다면 지역 간 디지털 인프라 격차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도로대장 전산화는 단순히 종이 문서를 전자화하는 사업이 아니다. 개정된 도로법 제56조는 지자체의 도로대장 전산화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며, 도로법 시행규칙 제24조는 전자 데이터 형태로 기록·저장된 도로대장을 영구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국가 차원에서 법적·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제 필요한 것은 현장에서 이를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다.

특히 청주와 같은 대도시는 도로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도로대장 디지털화의 효과가 더욱 크다. 도로의 경계와 각종 시설물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면 도로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지하에 매설된 상·하수도, 전기, 통신 등 지하시설물 관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 도로 데이터와 지하시설물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굴착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관로 파손이나 지반침하, 이른바 싱크홀 등의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현재 지하시설물과 도로대장이 실시간으로 연계되지 않는 점은 지하 인프라 안전관리의 중요한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는 비용과 추진 역량이다. 대도시일수록 관리해야 할 도로와 시설물의 규모가 크고 데이터 구축 대상도 방대하다. 이를 지자체의 재정과 인력만으로 추진하도록 한다면 예산 확보와 사업 우선순위 조정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전산화 의무가 부여되어 있다고 해서 지방정부에 모든 비용과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으로는 2031년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역할을 분담하는 새로운 추진체계가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표준과 기술기준, 통합 플랫폼 구축을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지역의 도로 현황과 특성을 반영한 데이터 구축과 현장 관리를 담당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국비와 지방비를 일정 비율로 매칭하는 재정지원 방식을 도입한다면 지자체의 재정부담을 줄이면서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구축 실적이 낮은 지역부터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대도시의 경우에는 규모와 필요성을 고려한 별도의 지원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도로대장 전산화가 조기에 완료되면 그 효과는 도로 관리에만 머물지 않는다. 표준화된 도로 경계선과 교량·터널 등의 데이터가 3차원 정밀지도(HD Map)와 융합되면 자율주행 시대에 필요한 디지털 도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또한 국가가 추진하는 도로망 디지털 트윈 통합시스템은 2027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지방도로 데이터의 표준화와 연계가 늦어지면 국가 전체의 디지털 도로망 구축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공공이 구축한 정밀 도로 데이터는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뿐만 아니라 UAM, 드론 배송 등 미래 이동수단 산업에도 활용될 수 있다. 도로의 디지털화는 결국 시민의 안전을 높이고 행정의 효율성을 개선하는 동시에 지역의 미래 성장 기반을 만드는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제 도로대장 전산화를 더 이상 지자체의 개별 사업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도로는 국가와 지역을 연결하는 공공 인프라이며, 그 데이터 역시 국가적 차원에서 표준화되고 관리되어야 할 핵심 자산이다. 정부는 과감한 국비 지원과 표준화된 구축체계를 마련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도로 데이터를 신속하게 구축·관리하는 협력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충북도 역시 이러한 국가적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주를 비롯한 도로망이 복잡한 도시지역부터 디지털 도로대장 구축을 서둘러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도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도로의 디지털화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안전하고 효율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필수 기반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재정과 기술, 행정 역량을 함께 모아 하루라도 빨리 디지털 도로의 시대를 열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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