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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숙

미술평론가·수필가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는 생전 수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자신을 특별히 돋보이게 그리지도 않았고, 더 추악하게 그리지도 않았다. 뛰어난 화가였지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담담하게 그렸다. 자신을 뛰어나거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잘 보이겠다는 생각도 접어두었다. 자화상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온전히 자신에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며 그렸다. 일기를 쓰듯 젊은 시절부터 노인이 된 모습까지 한 인격체가 살아온 시간의 흐름이 얼굴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경이로운 느낌마저 든다. 그렇기에 자화상은 내면을 비추는 거울로 비유된다. 렘브란트 역시 자화상을 그리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의 삶도 자화상을 그리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삶은 자신을 올바르게 알아가는 여정이다. 여러 경험을 거치고 오랜 세월을 거치며 비로소 자신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리적 기저로 자신의 단점은 절대 인정하지 않고 장점만을 더 크게 바라보는 이유도 있다. 이들은 작게나마 권력이나 부를 가졌을 때,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더 나아가 타인에게 폐를 끼치기도 한다. 이러한 부분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어느 한 사람이 있었다. 젊은 시절 자영업에 성공하여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 성공은 일시적이었다. 오래된 낡은 외제차는 그에게 있어 엄청나 보이는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자 방법이었다. 작은 모임의 임원도 맡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최대치의 권력이었다. 자신의 기준에서 본인보다 부족한 차량을 소유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사회적 위치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가차 없이 함부로 대했다. 오랜 시간 이룬것들로 타인을 무시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데 할애하고 있었다.

작은 모임의 임원도, 낡았지만 외제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은 훌륭하지만, 그것으로 말미암아 타인을 낮게 바라보고 함부로 대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사람의 가치는 부와 권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인간 자체로서 존엄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부와 권력을 갖지 않더라도 스스로 갈고 닦으며 성장하고 앞으로 나아갈 때 사람으로서 빛이 난다. 우리나라 속담에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가진 것이 많더라도 겸손하게 행동하라는 의미이다.

그가 타인에게 함부로 대하지만 않았더라도 자신의 가치는 더욱 올라갔을 것이다. 그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사회적 인정은 타인을 낮게 대할수록 더 멀어졌다. 오히려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더라면 그가 가진 가치는 더 빛났을 것이다. 가진 것이 많더라도 영원하지 않다. 렘브란트가 당대의 뛰어난 화가였음에도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담담하게 바라보듯, 가진 것에 기대어 과장되게 행동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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