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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02 14:11:15
  • 최종수정2026.09.02 14:11:15

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우리나라의 현재 대법관은 14명이다. 그런데 대법원까지 상고심 가는 경우가 워낙 많다 보니 대법관 1인당 본안 처리 숫자를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대략 연간 약 5천 건에 육박한다. 그래서 국회는 올해 3월에 「법원조직법」을 개정하여 2028년부터 매년 4명씩 증원하여 2030년까지 대법관 정원을 지금의 거의 두 배인 26명으로 늘이기로 하였다. 그런데 노태악 대법관이 지난 3월 3일에 퇴임하였는데, 현재까지 6달째 공석이다. 대법원은 4명씩 소부를 구성하여 심리에 들어가는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장은 소부 심리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현재 대법관 11명으로는 3개 소부 정원이 충족되지 않아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 아마 대법원은 속이 타들어가고 있지 않을까?

노태악 대법관 퇴임을 대비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이미 1월 21일에 김민기, 박순영, 손봉기, 윤성식 4명의 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추천 완료하였다. 평생 법을 집행 해온 분들이고, 전국민적으로 유명한 통섭의 학자인 최재천교수가 위원장이었다고 하니 개인적 품성은 다들 믿어주기로 하자. 그런데 제도적 관계상으로는 다소 문제가 있다. 우선, 청와대가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민기 판사의 경우는 배우자가 현재 헌법재판소 재판관이다. 한 집안의 부부가 두 최고 사법기관에 동시에 재직하게 된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데, 올해 2월 민주당 주도로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제한적 재판소원이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현행법상 확정된 법원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절차를 위반하는 등 법률이 정한 사유로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에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이해충돌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김민기 대법관의 판결안건에 대해 그 배우자가 매번 기피, 회피 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거니와 기피, 회피해도 이해충돌의 논란은 여전히 남을 수 있다.

그리고 박순영 판사는 중앙선관위 위원으로 참여한 바가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는 중앙이든 지방이든 선관위 위원장은 대체로 법관이 맡고 있으므로 선관위 참여는 문제가 안 되나 박순영 판사는 국회의 민주당 추천 몫으로 선관위에 참여하여 당색이 비교적 분명하다는 문제가 있다.

대법관 제청·임명 절차는 헌법 제104조 제2항에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다만 제청권과 임명권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금까지는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사전 협의를 거쳐 최종 후보를 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문제는 헌법에 대통령의 임명권은 명시돼 있으나 그렇다고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거부할 권한이 있는지, 재제청이나 후보 추천 절차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는지 등은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대법원장의 제청이 반려된 건은 전례도 없고 법적으로 규정된 절차도 없어 해결이 요원하다. 여당에서 대법관 증원에 노력하는 만큼 결원부터 해결하려는 충정을 보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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