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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9.01 17:11:02
  • 최종수정2026.10.05 13:59:47

김귀숙

충북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

새로운 자리로 옮긴다. 또 처음이라 살짝 긴장감이 감돌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도 한다. 새로운 자리는 부담이기도 하고 설렘이기도 하다.

교사가 되고 아이들과 재미있게 생활하다가 처음으로 부장 교사를 한 것이 경력 12년 차였다. 초임지가 청주 시내라 늘 막내였는데 시골 학교로 가니 벌써 중견 교사였고 곧이어 부장도 맡았다. 연구부장이 되어 처음 느낀 것은 내가 참 근시안적으로 생각했었구나. 오로지 내 학급, 내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하느라 학교 교육과정이 훨씬 큰 숲이라는 것을 보지 못했음을 인정해야 했다. 학교 교육과정 전체를 아우르면서 내 학급도 운영하며 훨씬 넓게 깊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밤을 새워도 즐겁고 행복했다.

금관분교장에 가서 분교장부장이 되었을 때는 각종 특별한 행사부터 시작해서 학교 시설까지 챙기는 역할을 해야 했다. 장마철마다 물이 고이는 운동장을 해결했고 사택철거부터 가위바위보 교문 설치까지 참 바빴다. 분교장부장은 행정실장, 교감, 교장의 역할까지 다해야 하는 자리라 그런지 시야가 훨씬 넓어졌다. 근무 만료가 되어 다른 학교로 이동하니 교육과정과 시설 모두가 한눈에 들어왔다. 색바랜 교문의 학교 이름도 슬그머니 흰색 페인트로 칠해놓고 교무실과 행정실의 70년대 낡은 칠판을 떼어내고 새롭게 단장하고 싶다 했더니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고 하셨다. 교장 선생님이 그해 가장 행복한 일이 나를 만난 일이라고 황송한 칭찬을 하셔서 몸 둘 바 몰랐던 적도 있었다.

음성에 가서는 출근길에 화단 회양목 사이에 난 풀 몇 개 뽑으며 걸어가니 뒤따라오시던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의 풀은 교무부장과 나한테만 보이나 봐!" 하셨던 것이 잊히지 않는다. 내가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보이는 것도 행동하는 것도 달라진다. 체육장학사를 하면서 지역 사회를 알게 되었고, 늘 밖에서 체육 지도하는 선생님들의 애환을 느끼게 되었다. 그 경험으로 체육대회에 나가는 학생들을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까지 챙길 수 있었다. 학교장으로 7년은 내 교직 생활의 화양연화였다. "교장 선생님, 우린 그 많은 일을 하면서도 왜 행복했을까요?"라고 말해주는 교직원들과 함께였고, 자기 새 운동화에 교장의 이름을 새겨주는 학생도 있었으니 더 말해 뭐할까.

8월 말, 임명장 수여식에서 나와 같이 새로운 자리에 갈 선후배를 바라보며 그들 또한 나와 같은 길을 걸었으리라 상상해 봤다.

이제 또 새로운 곳이다. 축하 전화하거나 만나는 지인이 묻는다. 축하해줘도 되냐고? 빙산처럼 일의 깊이를 모르니 일단 축하는 받았다. 솔직히 마냥 마음 편하지는 않다. 다만 나와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함께 일할 사람들을 믿는다. 학생들을 위해 모든 학교에서 교육활동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나의 힘이고 동료이며, 내가 챙겨야 하고 감싸 안아야 하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그들과 함께 할 거니까 9월의 새로운 자리도 지금과 같이 재미있을 거다. 다들 그럴 거다. 언제나처럼 긍정적인 태도와 열정 그리고 따뜻한 마음을 갖고, 함께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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