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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31 17:58:18
  • 최종수정2026.08.31 17:58:18

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게르에서의 두 번째 밤이다. 어젯밤에는 일행 모두와 별빛 아래 캠프파이어를 하느라 오롯이 별을 감상하지 못했지만, 오늘 밤엔 남편과 둘이 언덕 쪽으로 올라가 느긋하게 밤하늘 사진도 찍어볼 생각이다.

집 떠나기 전 삼 남매에게 차례로 전화를 받았다. 여행에 대한 자세가 너무 다른 우리가 걱정됐던 가보다. 잘 다녀오시라면서 약속이나 한 듯 셋 다 '싸우지 마시고요'를 덧붙였다. 남편은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낯선 음식과 색다른 경험, 불편한 잠자리를 너무 싫어하기 때문이다. 그런 남편이지만 환갑여행이라는 명분에는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나는 얼른 별을 잘 볼 수 있는 음력 그믐 전후로 날짜를 잡고, 입맛이 까다로운 남편을 위해 군것질거리와 사발면, 김, 고추장 등 남편의 비상식량으로 작은 캐리어 하나를 채웠다.

몽골에 도착하니 초원이 참 인상적이다. 초록빛으로 완만하게 이어지는 민둥산에 저마다 사연 하나씩은 지녔을 법한 바위들이 무심한 듯 툭툭 얹어져 있고, 간간이 나무들이 숲을 이룬 곳이 있다. 현지 가이드가 말하길, 몽골 사람들은 소들을 자유롭게 풀어놓지만 늘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멀리까지 살피다 보니 시력이 보통 2.0~3.0 정도이고 최고 5.0까지도 나온다고 한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저 먼 등성이로 사람이 걸어가도 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깨끗하고 눈이 편안하다. 여기 살면 나도 시력이 저절로 좋아질 것만 같다.

반면, 가는 곳곳마다 한창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여기저기 공사하는 곳이 많다 보니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가지 신기했던 것은, 정해진 교통체계가 있지만 대부분 중고차를 사서 개조하지 못한 채 타고 다니는 바람에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는 차들과 왼쪽에 있는 차들이 섞여 달리고 있었다. 정적인 느낌과 역동적인 움직임을 동시에 품고 있는 나라, 복잡함 속에 희망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든다. 바라기는 발전을 이루더라도 그 휘황찬란한 빛에 별빛이 흐려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밤이 이슥하길 기다려 불빛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나왔다. 평평한 곳에 삼각대를 세우고, 별 찍는 법을 검색해 가며 수십 차례 셔터를 눌러보지만, 내 촬영 실력으로는 카메라 렌즈에 몽골의 밤하늘을 담기엔 역부족이었다. 한참을 끙끙대는 나를 보다 못한 남편이 한마디 한다.

"그냥 누워서 가슴에 담아."

에라, 모르겠다. 가지고 간 숄을 펼쳐놓고 벌렁 누웠다. 우와!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이렇게 거대한 밤하늘을 무슨 수로 네모난 작은 공간에 가두려고 했던 걸까. 카메라를 내려놓았다. 눈을 감고 한참을 쏟아지는 별빛을 온몸으로 받았다. 그러다 눈을 떠 말없이 하늘을 올려다본다. 가슴 안쪽으로 뻐근하게 차오르는 건 뭘까.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난 남편이 산책하다가 소젖을 짜는 원주민을 만났다는데,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선뜻 젖을 내주었다며 그들에게서 순박한 정이 느껴지더란다. 그러면서 몽골은 별보다는 초원이 더 좋은 것 같단다. 어제 낮에만 해도 손가락이 빨개지도록 활쏘기에 빠져 있었다. 국립공원 트레킹, 초원에서 연날리기, 말타기, 푸르공 체험도 신나 했었다. 아무래도 남편은 이렇게 활동하는 여행을 좋아하는가보다.

나는 지금 우동 먹으러 일본에 가고, 모히또 마시러 몰디브에 간다는 재벌이 부럽지 않다. 우리는 별 보러 몽골에 왔으니까, 그 별은 이미 사진 속이 아닌 내 가슴에 담겼으니까. 그리고 우린 아직 싸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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