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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31 17:28:38
  • 최종수정2026.08.31 17:29:22

최한식

수필가

△후덕한 여인이 계시네요. 안녕하세요? 실례가 안 된다면 간단한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가난하게 살다 형편이 편 가정주부입니다. 어려울 땐 가리지 않고 여러 일을 해봤습니다.

△남편 분에 대해 여쭤 봐도 될까요?

△사람들이 말하는 법 없이도 살 분이었지요. 다들 흥부라고 불렀습니다.

△예에? 남편 분이 흥부시라고요? 정말 고전소설 속 흥부 부인이신 거예요?

➙그렇습니다.

△그럼 몇 가지 여쭈어 보겠습니다. 형님네와 함께 살 때 남편 분 생활은 어떠셨나요?

➙형과 형수님 시키는 일을 군말 없이 하는 착한 동생이었지요.

△아주버님 내외분들이 "나가라" 할 때 무척 당황하셨겠네요?

➙아무 대비 없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을 갑자기 당했으니까요. 거의 빈 몸으로 내쫓긴 셈이지요. 그래도 춥지 않은 때라 다행이었어요.

△수수깡으로 반나절 만에 집을 지었잖아요, 살기에 불편하진 않았나요?

➙말해 무엇해요. 그래도 평생 집 한 채 마련하기 어려운 이 시대 사람들보다는 행복했지요. 그나마 우리가 착하게 살아 집지을 땅을 쉽게 빌려준 거래요.

△남편 분과 사이는 좋으셨나 봐요?

➙자녀들이 많아 다복했어요. 아무리 옛날이라도 그렇게 두기 쉬운가요.

△워낙 형편이 어려워 형님 댁에 곡식 말이라도 얻으러 갔다가 남편 분이 매 맞고 오잖아요. 그때 마음이 어떠셨어요?

➙울컥했어요. 언제까지 잘 사나 보자는 마음도 잠시 들었지만 잊기로 했어요. 능히 그럴 수 있는 분들인 걸 알았으니까요. 그 일로 제가 여러 일을 시작하게 됐으니 전화위복인 셈이지요. 좋은 일은 기억하고 흉한 일은 잊어야지요.

△남편 분이 매품 팔러 갔다가 그냥 오잖아요, 그때 마음이 어땠나요?

➙그렇게 가지 말리고 말렸어도 그분은 가장의 책임감으로 가신 것 같아요. 그분이 집 나서고 바로 정화수 떠놓고 '매 맞지 않고 성한 몸으로 돌아오게 해 달라'고 했는데 그대로 됐어요. 정말 다행이었지요.

△구렁이로부터 제비들을 구해주셨어요, 위험한 일인데 걱정은 안됐나요?

➙제비들 걱정이 컸어요. 우리 집에 사는 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먼저였어요. 누구든지 그렇게 했겠지요.

△제비다리를 정성스레 치료해줬어요. 그렇게까지 해야 했나요?

➙당연하지요. 내가 조금 수고해서 남에게 도움이 된다면 해야지요. 다리가 불편하면 제비도 많이 힘들잖아요.

△다음해 제비가 박씨를 물어왔어요. 그런 결과를 예상하셨나요?

➙전혀 못했지요. 누가 예상할 수 있겠어요. 그저 박속으로 며칠 허기를 때우고 바가지 만들어 요긴하게 쓰겠구나 싶었고, 그렇게라도 우리를 기억해 준 제비가 기특하고 고마웠지요.

△"보은박"을 타서 팔자를 고치셨어요, 그 순간 무슨 생각이 드셨어요?

➙아무 생각 없었고 '이게 진짠가' 싶었어요. 우리가 이걸 다 가져도 되나 싶기도 했고요.

△아주버님이 오셔서 '화초장'을 가져갔어요. 좀 밉지 않던가요?

➙많은 게 그냥 생겼잖아요? 없었다고 생각하면 되고 또 그렇게 필요하지도 않았어요, 우리도 줄 게 있다는 게 좋았어요.

△형님네가 따라 하려다가 쫄딱 망하잖아요. 뭐가 잘못됐을까요?

➙정말 몰라서 물으시나요? 그만큼 갖고 더 부자 되려고 했잖아요. 상대를, 그게 사람이 아니어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형님네가 알거지가 되었을 때 도와주셨어요. 꼴좋다는 생각은 안 드셨나요?

➙그럼 형제간이 아니지요. 콩 한 쪽도 나눠먹는 게 동기간이라 생각해요.

△오늘 고마웠습니다. 이 분 부부처럼만 살면 어떤 처지도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어려운 한 때를 넘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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