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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

충북여고 교장

청주의 비영리 독립 언론 '미디어 날'에서 기획한 여행, <텐산 하늘호수 트레킹>에 참여해 이름에 '스탄(땅)'이 붙는 두 나라를 다녀왔다. 키르기스스탄과 카자흐스탄이다. 그중에서도 텐산산맥 영역에 속하는 지역을 여행했다. 텐산산맥은 중앙아시아를 대략 400km의 너비로 2,000km 이상을 관통하는, 평균 해발 3,600m가 넘는 고산 지역이다. 다큐멘터리나 세계테마기행 등의 방송으로나 접하던 곳, 과연 저러한 곳을 가 볼 수 있을까 싶었던 여행지라 여름방학이지만 학교 일정 등으로 망설이다가 결국 신청을 하게 되었다.

낯선 만큼 신선하고 새로웠다. 지리적 거리로 따지면야 유럽보다 가깝지만, 정보와 심리적으로는 좀 더 멀다고 여겼던 곳이라 더했는지 모른다. 일정 동안 함께 한 사람들이며 새롭게 만난 공간과 그 의미들을 세세히 풀어놓자면 할 이야기가 많다. 그중에서도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지대 송쿨호수에서 만난 일몰과 유르트에서 밤을 지내고 맞은 고요한 고산의 아침 풍광이라든가, 동행한 분이 부른 노래 '직녀에게'를 정말 오랜만에 먼 이국에서 들으며 느끼는 감성, 키르기스와 카자흐 국경을 걸어서 통과하며 여권에 출입국 도장을 받는 경험, 알마티 고려문화원장으로부터 고려인 강제 이주 역사 특강을 들으며 우리 민족의 저력을 확인하고 역사적 현장인 우슈토베역과 바스토베 언덕의 고려인 묘지를 탐방한 일정은 각별하였다. 그리고 여행의 방식에 대한 생각도 빼놓을 수 없다.

드문 기회인 만큼 보관함에서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카메라를 챙겨갔지만, 막상 셔터를 누를 기회는 그리 넉넉지 않았다. 많은 시간을 버스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한 곳에 짐을 풀고 그곳을 기점으로 사방을 찾아다니는 방식의 여행이 아닌, 어느 곳에 머물렀다가 버스에 올라 서너 시간을 달려 새로운 공간을 만나고선 다시 버스에 올라 또 서너 시간을 달려 다음 목적지를 향하는 여행, 가능한 많은 곳곳이 아니라 하루에 핵심이 되는 두세 장소만 들르는 여행, 매일매일 잠을 청하는 곳이 달라지는 만큼 머물렀던 데를 떠날 땐 아쉬움과 애틋함이 증폭되는 여행, 말하자면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은 유목의 여행이었다.

그래서인지 버스에서 긴 시간 흔들리면서도 평소와 달리 잠을 청하지 못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차창 밖으로 흐르는 저 새롭고 낯선 풍경들에 가능한 시선을 붙이려 했다. 자연스레 생각하고 메모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옮겨 다님' 그 자체, 예전 실크로드의 행상이 그랬듯 한곳에 머물지 않고 이곳에서 저쪽으로 계속해서 이동하는 과정 자체가 여행의 소중한 일부가 된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버스에서 보내는 여행 방법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뜻밖의 새로움이다.

 

유목의 땅에선 여행도 유목이다

이곳에 도착했으되 곧 버스에 올라야 한다

오랜 흔들림 끝에 잠시

강렬한 공간에 취하듯 홀렸다가 다시

길고 길게 이어지는 길

차창 밖으로 마중하듯 배웅하며 만나는 듯 지나치며

떠나보낸 시간 담담히 흘려보내고

낯선 듯 새로운 길의 저기 어디쯤을 향해야 한다 (拙詩, '유목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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