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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27 14:06:18
  • 최종수정2026.08.27 14:06:18

김성수

대정건설 대표, 세계직지문화협회 회장

'드르륵 위잉' 기계음 소리에 잠에서 깼다. 풀을 깎는 예초기 소리가 이른 아침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그러고 보니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추석을 생각하니 제일 먼저 벌초에 마음이 머물렀다.

 우리는 벌초를 대행하는 곳에 맡기고 있다. 어느 해인가는 군에서 막 제대한 두 아들이 자청을 했었다. 군 복무시 잡초 제거를 많이 했었기에 자신이 있다고 하길래 기특한 마음에 오케이를 했었다. 두 군데에 나뉘어져 있는 묘지 네 개를 벌초하며 아들들은 기진맥진했다. 묘지의 갯수는 네 개이지만 모두 합장을 한 묘소이기에 봉분이 크고 높다. 특히 제절이 모두 넓어 보통 묘지들 10개 정도 면적의 크기인 것이다. 두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 했다. 어렵사리 벌초를 마치고 난 후 그들은 팔과 손이 심하게 떨리는 탓에 점심 식사를 제대로 하질 못했었다.

 우리 집안은 형제들이 많지 않다. 즉 남자 자손들이 드문 집안이다. 그나마 천만 다행으로 내가 두 아들을 얻었으니 고맙기가 그지 없다. 그동안 벌초를 고향 상포사 어르신에게 부탁해 왔었다. 근래 2년은 그 어르신이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하셔서 고향의 중학 동창에게 벌초를 부탁했다.

아버지 살아 생전에는 작은아버지와 집안 일을 돕는 아저씨 등 세분이 예초기를 돌렸었다. 그러면 우리 남매들은 갈퀴를 이용해서 풀을 끌어다 버리고 봉분과 제절을 촘촘하게 밟는 역할을 하곤 했다.

 이제 장남인 내가 움직일 수 있을 때, 묘지를 정리정돈하려고 한다. 두 곳에 떨어져 있는 묘지를 한 군데로 모을 것이다. 봉분을 개장(開葬)하여 추스른 후 - 각 유골을 화장하여 - 지분함(종이함)이나 목함에 넣어 땅속에 묻을 것이다. 봉분없는 평장묘(平葬墓)를 만들려는 것이다. 개별 산소가 아닌 하나의 직사각형 둘레석 안에 차례차례 함을 넣을 것이다. 그리곤 지면과 평평하게 작은 평와비(平臥碑)를 만들어 고인들을 표지(標識)하고자 한다.

 최근에 들어 이런 생각이 부쩍 많아졌다. 그동안 구정과 한식과 추석 이외에 한 차례 더 성묘를 가곤 했다. 가족들과 함께하는 명절 성묘 외에 아내와 한 차례 더 다녀오곤 했던 것이다. 조상들께 집안과 회사의 대소사를 알리곤 했다. 기쁜 일과 힘든 일을 고하며 성취와 위로의 시간을 갖고 돌아오곤 했다. 지난 2년, 불편한 왼쪽 다리 무릎뼈 수술을 받은 이후 성묘를 한 차례밖에 가질 못했다. 그나마 아내의 도움이 없었으면 올라가지 못했을 것이다. 가족들만 성묘를 가고 정작 제주(祭主)인 내가 가지 못하는 그 낭패감과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래서 더욱 절실하게 접근성이 좋은 곳에 조상들을 모시고자 한다. 나의 가족들이 무시로 찾을 수 있는 장소를 택하려고 한다. 향후 후손들의 안치까지 고려하여 적정 크기를 선택할 것이다. 그곳은 조상들을 추모하는 장소이기도 하지만 후손들이 서로를 공감하고 소통하며 격려하고 화해하는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나는 '손이 없는 날'을 택일하여 실천하고자 한다. 사주명리학자(四柱命理學者)들은 이렇게 이야기를 한다.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는 경우엔 조상들의 음덕(陰德)에 따른 후손들의 발복(發福)도 없지만, 묘지를 개장하고 이장(移葬)하는 것에 대한 액운(厄運)도 없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제 나는 묘지의 개장과 이장에 대한 부담스러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현실에 맞게 실사구시(實事求是)를 하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혼례문화와 장례문화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있었다. 앞으로 시대적 변화에 따라 장지문화(葬地文化)와 성묘문화(省墓文化) 또한 많이 달라질 것이다. 형식이나 절차가 내용을 규정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내

용이 형식과 절차에 앞서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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