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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20 15:44:26
  • 최종수정2026.08.20 15:44:26

이혜연

AG아트홀 대표

어느 칼럼에서 읽은 이야기가 오늘따라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짧은 이야기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과 내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어느 날 한 교수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나비가 꽃을 찾아간 것일까요? 아니면 꽃이 나비를 불러들인 것일까요?"

한 학생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나비가 스스로 원해서 꽃을 선택해 날아간 것 아닐까요?"

교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겉보기에는 나비가 꽃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꽃이 향기를 발해 자신의 존재를 알렸기 때문에 나비가 그 향기를 따라간 것입니다."

꽃은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며 이곳저곳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묵묵히 피어나고 향기를 낸다. 그리고 그 향기를 맡은 나비가 자연스럽게 꽃을 찾아온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처음 만났는데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하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반면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왠지 마음이 멀어지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흔히 내가 좋은 사람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면 내가 그 사람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오랫동안 품고 있던 삶의 향기에 자연스럽게 이끌린 것인지도 모른다.

사람에게도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말 한마디에도 따뜻함이 배어 있는 사람,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람, 어려운 사람을 보면 지나치지 못하고 손을 내미는 사람, 자신의 공을 드러내기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세워주는 사람에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향기가 난다.

반대로 아무리 화려한 겉모습과 높은 지위를 가지고 있어도 배려와 진심이 없다면 오래도록 기억되는 향기를 남기기는 어렵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인간관계도 꽃과 나비와 닮아 있다. 좋은 인연은 억지로 붙잡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품고 살아갈 때 좋은 인연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그래서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만이 아니라 '나는 어떤 향기를 내며 살아가고 있는가'가 아닐까.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렇다. 재산이나 명예, 직함보다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은 그 사람이 보여준 따뜻한 말 한마디와 배려, 함께 웃었던 시간과 힘들 때 내밀어 준 손길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곁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다. 자주 만나지 않아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이다. 그 사람에게는 분명 눈에 보이지 않는 좋은 향기가 있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행복을 혼자 움켜쥐려고 하면 오히려 멀어질 때가 있다. 내가 먼저 웃음을 나누고, 작은 친절을 베풀고,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때 행복은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행복은 향수와 같다. 자신에게 뿌리지 않고는 남에게 향기를 줄 수 없다."

오늘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스쳐 지나간다.

그때 건넨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미소 하나, 사소한 배려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오래 남는 향기가 될 수 있다.

꽃이 향기를 내기 위해 애쓰지 않듯, 우리도 억지로 좋은 사람인 척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고, 사람을 귀하게 여기며, 작은 것에도 감사하면서 묵묵히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향기가 만들어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가 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사람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졌어. 참 좋은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어."

어쩌면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며 남길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흔적이 아닐까.

꽃은 지고 계절은 지나가지만, 사람에게서 느꼈던 좋은 향기는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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