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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13 15:08:40
  • 최종수정2026.08.13 15:08:40

이동균

김영태신경외과의원 통합돌봄진료센터장

지난 5월 충북 청주에서 발생한 임신 29주 산모의 태아 사망 사건에 대해 깊은 안타까움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을 겪고 있을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한 생명이 세상의 빛을 보기도 전에 안타깝게 희생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지역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역 필수의료 체계 전반의 위기를 다시 한 번 드러낸 비극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필자 역시 현재 의료 현장에서 근무하는 전문의사로서, 이번 사건을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없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지역 필수의료 체계의 붕괴가 점차 현실화되면서 의료진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의료진의 과실 여부만을 따질 문제가 아니라, 이미 오랜 시간 누적되어 온 구조적 문제의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월 1일 청주에서 발생했다. 임신 29주의 산모가 태아 심박수 저하로 인해 긴급 분만이 필요한 위급한 상황에 놓였으나, 충북 지역 내에서 즉시 수용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지 못하는 사이 결국 태아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결과로 이어졌다. 의료진과 보호자 모두 절박한 상황 속에서 병원을 찾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냉혹했다. 특히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동시에 치료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지역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되돌아보아야 할 대목이다.

현재 충북 지역에서 신생아중환자실(NICU)을 운영하는 의료기관은 사실상 충북대학교병원 한 곳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야간 및 휴일 응급 대응에는 상당한 한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은 단순히 장비만 갖춘다고 운영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다. 숙련된 신생아 전문의와 간호 인력, 24시간 응급수술이 가능한 산부인과 및 마취과 시스템이 함께 갖줘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방에서는 이러한 인력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결국 지역 주민들은 수도권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의료 접근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문제는 단지 특정 시점의 응급 대응 실패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청주를 포함한 충북 지역의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는 이미 오랜 기간 누적된 의료 인력 부족과 과중한 업무 부담 속에서 점차 기능이 약화돼 왔다. 여기에 의료사고에 대한 높은 법적 위험과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낮은 의료수가 체계는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기피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생명을 다루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감당해야 하는 책임과 위험은 매우 큰 반면 사회적 보상과 보호는 충분하지 못한 현실이다. 특히 응급수술이나 고위험 분만은 단 한 번의 상황 판단만으로도 의료진이 민·형사상 책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지방의 필수의료 인력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결국 가장 큰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제 우리 충북 도민과 지역사회는 이 비극을 단순한 일회성 사고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지역의 필수의료 체계가 이처럼 취약해졌는지 냉정하게 성찰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우선 지역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지방의료원과 권역응급의료센터가 실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특히 고위험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응급 이송 체계 개선이 시급합니다. 환자가 병원을 찾아 헤매는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응급 상황 발생 시 지역 내 수용 가능 병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즉시 이송할 수 있는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줄이기 위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역시 의료계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의료사고 발생 시 보건의료인에게 설명의무를 부여하고, 설명 과정에서의 유감 표명이 민·형사상 책임의 증거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의료분쟁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의료사고 트라우마 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아울러 불가항력 의료사고 피해 보상 대상을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에 따른 의료사고까지 확대하고, 의료진이 설명의무를 이행하고 책임보험 등에 가입한 경우에는 의료분쟁조정 절차가 성립됐을 때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반의사불벌 특례 규정도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제도적 보완은 의료진이 방어진료의 부담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환자 진료에 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어떠한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한 생명을 잃은 유가족의 슬픔을 완전히 위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극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교훈을 얻는 일이다. 필수의료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안전망이며, 국민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공공의 문제다.

이번 청주 태아 사망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매우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지역에서 아이를 낳고 치료받는 것이 왜 이토록 불안한 일이 되었는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의료체계를 만들어 가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비난과 책임 공방을 넘어, 지역 필수의료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실질적인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

한 생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이번 사건이 대한민국 지역 필수의료 체계를 다시 세우는 사회적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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