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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12 14:28:13
  • 최종수정2026.08.12 14:28:13

임가영

전 충북교육청비서관·전 기자

"얘들아, 쇼츠 그만 봐. 숏폼 많이 보면 집중력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어."

"엄마도 쇼츠 만들잖아."

"그.... 그러니까 엄마도 고민이란다."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쥐고, 검지로 화면을 재빨리 넘긴다. 아이들이 숏폼을 쉴 새 없이 넘겨보는 모습이 영 내키지 않아 한마디 했더니 돌아온 답변이다. 실제로 2025년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행하는 학술지 《Psychological Bulletin》에 실린 메타분석에서도 71개 연구, 9만 8천여 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숏폼 이용이 많을수록 주의력과 억제 조절 능력이 낮은 경향이 확인됐다. 하지만 뼈 때리는 답변이 돌아오자 스스로도 주춤했다.

 사람들은 점점 짧게 보는데, 나는 왜 자꾸 길게 듣고 싶은가.

 이른 새벽 다음 칼럼 주제로 무엇을 쓸까 생각 하다 뜻밖에도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검사, 군수, 변호사, 의장이란 그들의 타이틀보다는 한 사람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눈빛이 떠올랐다. 예전의 나는 제한된 시간 안에 '쓸 만한 답'을 얻어야 했다. 매일매일 짧은 인터뷰에서 임팩트 있는 한마디를 골라 뉴스 리포트에 녹여내는 것이 주된 일이었다. 그래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도 '쓸 만한 인터뷰' 소위 말해 '편집점'이 머릿속에 잡히면 '이젠 됐어' 하며 성급히 회사로 돌아간 적도 적지 않다. 하지만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내 채널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변화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 사람다운 답'이 나올 때까지 듣고 싶어진다. 일주일 동안 그 사람을 생각하며 질문을 만든다. 가벼운 농담으로 상대의 긴장을 풀고,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내면으로 들어간다. 때로는 진심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겪고 집에 돌아와 편집을 하다 보면 쉽게 덜어낼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처음에는 인터뷰의 조회수가 걱정됐다. 롱폼은 길다고 하고 숏폼은 잘 나간다. 그래서 나 역시 숏폼을 만들고, 첫 몇 초에 어떤 말을 넣어야 사람들이 멈출지를 고민한다. 그런데 정작 인터뷰가 끝난 뒤 오래 남은 것은 '조회수가 나올 만한 말'이 아니었다.

 "난 죽어도 청원 사람이다." 전 청원군수의 고향에 대한 진심 어린 사랑,

자신의 결핍인 색맹을 담담히 이야기하던 한 변호사의 고백. 의정에 대한 이야기보다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줬다는 남편을 이야기할 때 더 빛나던 한 사람의 눈빛.

 그런 순간들은 미리 준비한 질문지만으로는 잘 나오지 않는다. 상대가 편안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답을 들은 뒤 다시 묻고, 때로는 잠깐의 침묵도 견뎌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소위 말해 요즘은 숏폼 시대이다. 우리가 영상을 짧게 보는 것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사람까지 너무 쉽고 빠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모든 것이 너무 빠르게 생산되고 소비된다. 조그만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손가락 하나로 튕겨지는 이 시대의 짧은 말들 사이에서 우리는 과연 진심을 제대로 들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 속에서도 얼마 전 인터뷰했던 한 청년의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제 인터뷰 채널의 개선점이 있다면 뭔지 하나만 꼽아주세요."

"너무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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