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메타세콰이어가 그늘을 드리운 산책길을 걷는다. 내가 속수무책 건성으로 세월을 보내는 동안 수목원은 성숙하고 아름답게 성장해 있었다. 매년 가슴 설레며 꽃 보길 기다리던 자엽 안개 나무도 어느새 몸통이 두리두리 해졌다. 달콤한 솜사탕 같던 꽃은 지고 작은 씨앗을 맺고 있다. 불볕 속에서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구나 나무를 쓰다듬으며 뭉클해진다.
어제 내린 비 때문인지 축축한 숲에서는 진한 풀 내음이 풍겨온다. 태풍은 비껴가면서도 먼 이곳까지 흔적을 남겼다. 메타세콰이어 잎들과 찢어진 초록 잎들이 꽃잎처럼 흩뿌려져 있다. 큰 나무들이 나란히 어깨를 맞잡고 그 그늘 아래 작은 나무들이 서로 부등켜 안은 채 큰 바람을 견뎠으리라. 그렇게 지난 밤 새를 품고 나비를 품고 벌레들을 품었으리라. 한바탕 놀다간 폭풍우 뒤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는 태양 아래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수액을 끌어 올려 줄기를 부풀리고 잎을 피우는 나무들의 들숨과 날숨이 청량하다.
우리의 삶도 그리 땡볕과 장마가 엇갈리며 들락날락 숨을 턱턱 막히게 하지만 그 사이 사이 오늘 같은 청량한 바람 한줄기, 부드러운 햇살이 선물처럼 오기에 살아내는 것이리.
곁에서 걷는 동생의 얼굴이 한결 밝아진다.
메타세콰이어 길을 지나다 무지개를 그리며 솟아오르는 분수와 마주한다. 만폭동의 우렛소리라면 과장이겠지만 시원한 물소리에 가까이 다가가니 눈 날리듯 안개비가 얼굴에 내려앉는다. 살짝 비릿한 물 내음에 한낮의 열기와 싱그러운 풀 냄새가 함께 묻어있다. 잠시 물가 나무 벤치에 앉아 물 바라기를 한다. 규칙적으로 솟아오르는 물기둥과 연못 위에 그려지는 파문을 보며 동생은 요즘 연습 중인 곡의 리듬을 흥얼거린다. 악보 위에 뛰노는 음표들을 보면 우리들이 걸어온 길이 떠오른다고. 눈으로 소리를 읽고 악기로 그려내는 과정이, 으레 그러려니 생각했던 그 과정이 삶의 철학 같다고.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지난 어느 날의 연주회를 생각했다. 젊은 연주가의 손끝에서 구슬이 굴러가듯 맑고 우아하게 흘러나오던 베토벤 소나타 31번의 선율.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진행자의 해설 때문일까. 오래간만에 듣던 그 곡에 코끝이 찡했었다. 그 곡은 베토벤이 오십일 세에 작곡한 곡으로 32곡의 소나타 중 거의 마지막 작품에 속한다. 청력을 잃고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간, 암울한 운명과 맞대면한 상황에서 몽상처럼 피어오르던 리듬이 31번 소나타다. 그 뜨거운 생애가 피아노 위에서 진지하면서도 새털처럼 가볍고 명랑하게, 묵직한 저음부로 깊게 내려가면서도 탁하지 않게, 격렬하게 포옹하면서도 상냥하게. 해맑은 소릿결이 매끄럽게 풀려나오던 그 시간. 내가 건반 위에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뛰어노는 손가락의 리듬에 취해 있는 동안 연주자의 등과 얼굴은 땀에 흠뻑 젖어가고 있었다. 젖은 등에 대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며 눈물이 핑 돌았던가. 우리는 모두 그렇게 뜨겁게 살다 가는 인생들이려니. 크게 숨을 들이마셔 본다. 나무들처럼 어깨에 팔을 두르고 내려오는 길, 마타리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가을이 멀지 않았나 보다. 동생이 무슨 꽃이냐고 묻는다. <소나기>의 어린 소녀처럼. 그 소리가 참 좋다. 맑은 바람처럼.
[충북일보]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야차룰'이 하나의 놀이처럼 퍼지면서 청소년들의 모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야차룰은 보호장구 없이 별다른 규칙도 두지 않은 채 상대를 제압할 때까지 맨몸으로 싸움을 이어가는 극단적인 격투 방식이다. 최근에는 '야차룰'이라는 말 자체가 청소년들 사이에서 싸움을 제안하거나 상대와 맞붙자는 의미의 은어처럼 사용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취재진이 SNS에서 관련 게시물과 댓글 등을 살펴본 결과, '야차룰'은 실제 격투를 지칭할 때뿐 아니라 '야차룰 뜨자' 등의 표현으로 친구끼리 장난을 치거나 가볍게 대결을 제안하는 상황에서도 사용되고 있었다. SNS와 유튜브에서는 이 같은 야차룰을 소재로 한 영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야차룰'을 검색하면 청소년으로 보이는 이들이 서로 발차기를 주고받고 싸우는 영상부터 또래들이 주변에 모여 격투를 지켜보는 영상을 볼 수 있었다. 영상 속 격투는 별도의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진행된다. 특히 실제 싸움이 아닌 장난을 치는 과정에서도 서로 주먹을 겨누거나 가볍게 몸싸움을 하며 '야차룰'을 따라
[충북일보]경기침체와 고물가 영향으로 설 선물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충북도내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의 경우 물가 상승 영향으로 10만 원 미만 선물 물량은 지난해 설 보다 5%가량 줄어든 반면, 대형마트들은 5만 원 미만 선물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보이는 백화점 선물세트는 물가 상승 영향으로 구성 상품들의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영향이 크다. 설 성수품인 배 가격은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청주지역 기준 배(신고) 평균 소매 가격은 10개에 4만2천900원 이다. 지난해 보다 27.37% 비싸다. 지난해 배 생산량 감소와 저장단계에서 고온 피해로 인해 유통 가능 물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상승에 여파를 미쳤다. 이에 기존 사과·배에 더해 샤인머스캣이나 애플망고를 섞은 혼합세트가 증가했다. 명절 주요 선물 상품인 한우의 경우 포장 중량을 줄여 가격 부담을 낮추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가성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고 있다. 지난해 설 보다 '5만 원 미만' 상품의 비중을 확대하거나, 커피·차 세트, 김·양말 등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선물 세트가 인기를 끈다. '1
[충북일보] 국립한국교통대학교와 충북대학교의 통합 논의가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통합대학 초대 총장 선출 방식을 둘러싼 이견이 협상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구영완 충북대 총장임용후보자가 선거 당시 밝힌 입장과 최근 통합 협상 과정에서 충북대 측이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내용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학 구성원들의 논란도 커지고 있다. 8일 양 대학에 따르면 교육부에 제출할 통합신청서 수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측 총장으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대표단을 구성하고 지금까지 다섯 차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초대 총장 선출 문제를 비롯한 주요 쟁점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수정신청서 제출 일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논란의 출발점은 구 후보자의 과거 발언이다. 구 후보자는 총장임용후보자 합동연설회에서 통합대학 총장 선출과 관련해 "통합 승인이 된 이후에는 총장 임용 여부와 관계없이 양 대학이 통합 총장 선출 규정을 만들고 그 규정에 따르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언은 통합이 승인되면 기존 총장 선출 결과와 별개로 양 대학 구성원이 참여하는 통합대학 총장 선출 절차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