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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06 14:17:51
  • 최종수정2026.08.06 14:17:51

함무성

수필가

폭염이 도시를 달군다. 사람들은 지쳐 가는데 앞산 계곡의 풀과 나무들은 살판났다. 식탁위의 '함초'소금을 물에 타서 마신다. 갯벌에서 자라는 함초에는 미네랄과 천연 무기영양소가 많다고 하니 염생식물이 궁금해졌다.


생태관장에게 염생식물에 대해 물었다. 그 분은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염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관장님은 무심천변의 생태를 관찰하다가 버드나무 아래 한 무더기 나비들이 나풀나풀 모여 있는 걸 보았다고 했다. 그것은 산책하던 이들이 노천 화장실 삼아 염분을 뿌리고 간 흔적이란다. 버드나무 숲에 몸을 가리고 근엄한 표정으로 하늘을 보며 시원하게 뿌린 염분이 나비들의 에너지원이라니. 염분을 뿌리는 이들과 흡수하는 생명들이 공생하는 무심천변은 생태계의 보고란다.


신안군 증도면의 '태평염생식물원'을 보기위해 길을 나섰다. 휴가철인데도 서해안고속도로는 비교적 한적 했고, 도로변의 배롱나무 꽃들만 배롱거리며 반긴다.


태평염전 한 옆에 드넓게 펼쳐진 '염생식물원'에 도착했다. 육지의 끝은 바다의 시작인가보다. 바닷물이 밀고 당기며 만들어낸 질척한 갯벌에 사초의 연두색, 갯개미취의 연보라색, 칠면초의 붉은색이 카펫을 펼친 듯 군락을 이루었다. 짠물에 뿌리내린 그들은 과연 고난 없이 사는가.


염생식물은 바다와 사랑에 빠졌음이 틀림없다. 짠물에서 살기가 힘들고 괴로울 줄 알면서도 사랑한다는 이유하나만으로 결혼의 바다에 뛰어든 나와 그들이 다를 게 뭐있나.


염생식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칠면초, 갯방풍, 천일사초, 갯메꽃, 갈대, 해홍나물, 나문재 등은 초본이고, 해당화와 순비기나무는 목본이다. 우리 집 정원에도 있는 해당화가 예전에는 바닷가에서 모래바닥을 기며 자랐다는데 고향을 떠난 해당화가 육지의 토양에 적응하며 살려니 그들도 갯내가 그립겠다.


염생식물도 처음부터 소금밭에서 살기를 원하지는 않았을 테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존을 위한 생리적 전략을 거듭하며 대를 이었다. 삼투압 조절로 물을 흡수하고 염선을 통해 물을 내 보내거나, 염주머니에 염분을 모아 두기도 한다. 퉁퉁마디 함초가 그렇다. 일부는 뿌리에서부터 염분 흡수를 방어하기도 하고, 머금은 염분을 잎이나 줄기에 하얗게 뿜어서 바람에 날리거나 비에 씻어내기도 한다. 견뎌온 그 삶이 쉽지만은 않았겠다.


그들의 생존방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염분을 받아들인 뒤 각자의 방식대로 처리한다. 물을 끌어당기기, 염분을 막거나 내보내기, 위험한 물질은 세포 안에서 분리 배출하기, 체내로 들어온 염분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능력이 있어 짠 밭에서도 생존이 가능했다.


돌아보니 내 삶도 염생식물이 사는 방식과 닮았다. 소금에 절인 듯 아픈 일은 차분히 모았다가 적당한 때 과감하게 내보내고, 솔깃한 유혹이 스며들라치면 세포막을 굳게 닫았었다. 고마웠던 일과 서운했던일은 분리해서 기억하며 견뎌온 시간들은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갯벌 가장자리에서 퉁퉁마디 한 줄을 뽑아보았다. 원뿌리는 일직선으로 깊게 내리고 몸통뿌리에 속 눈썹 같은 잔털을 달았다. 촘촘히 콩나물처럼 자라려니 옆의 친구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고고한 자존심도 보인다.


생명이 살지 못하는 자연은 없다. 적응하여 풍요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은 생명체의 몫이다. 염생식물이 사는 방식도 사람살이의 모습과 마찬가지다.


식물원의 데크길을 걷다가 정자에 앉아서 멀리 바라본다. 갯바람의 냄새와 그림처럼 펼쳐진 색색 식물의 물결, 한여름의 푸른 수평선, 그리고 내안의 숨소리로만 소금기에 젖은 오후시간을 가늠해 본다.


왕방울 눈의 짱뚱어들도 더위를 피해 뻘 속으로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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