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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호 시인 남호순, 두 번째 시집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 출간

대청호 곁에서 길어 올린 54편…가난·노동·사랑을 가장 현실적인 언어로 그리다

  • 웹출고시간2026.08.06 13:07:35
  • 최종수정2026.08.06 13: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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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를 출간했다. 대청호를 바라보며 써 내려간 54편의 시에는 가난과 노동, 사랑, 인간의 존엄에 대한 성찰이 담겼다.

[충북일보]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


시집의 제목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이들의 현실을 압축한다. 사랑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월세와 생계, 주거의 조건 앞에서 흔들리고, 인간의 존엄은 일상의 가장 작은 풍경 속에서 시험받는다. 남호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도서출판 상상인)를 통해 독자에게 가장 먼저 건네는 질문도 바로 그 지점이다.


옥천군 안남면 둔주봉 아래, 대청호를 바라보며 창작을 이어온 남 시인은 이번 시집에 모두 54편의 작품을 담았다. 표제작 「사랑의 임대차 계약」을 비롯한 시들은 가난과 노동, 허기와 고독, 사랑의 좌절을 서정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대신 생활의 냄새가 배어 있는 구체적인 사물과 장면으로 현실을 응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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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안남면 대청호를 삶과 창작의 무대로 삼아 활동하는 남호순 시인.

밀린 월세와 식어버린 밥상, 닳아가는 몸, 무심히 지나치는 말들. 그의 시에는 특별한 사건보다 누구나 한 번쯤 마주했을 법한 일상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익숙한 풍경은 풍자와 유머를 거치며 개인의 사연을 넘어 오늘의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결핍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으로 겪는 감각이 되고, 독자는 그 감각을 따라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19회 전태일문학상 수상자인 남 시인은 첫 시집 『들리지 않는 발소리』에서도 노동과 인간의 존엄을 꾸준히 탐구해 왔다. 이번 신작에서는 그 시선을 더욱 깊게 밀고 나간다.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사랑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태도가 작품 전반을 관통한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남호순의 시는 결핍을 하나의 관념으로 설명하지 않고 구체적인 사물과 감각으로 보여준다"며 "절망보다 생활의 냄새가 먼저 나는 시"라고 평가했다. 삶의 무게를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생활의 언어로 끌어내렸다는 의미다.


남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 뜨락의 풍경 속으로 잠입해 기어이 지워지고 싶다"며 언젠가 누군가 자신의 시 속에서 "잘 마른 우울 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사랑도, 노동도, 가난도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시대. 『사랑하고 싶었으나 방이 없었네』는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시가 여전히 사람을 위로할 수 있는 언어임을 조용히 증명하는 한 권의 시집이다. 옥천 / 이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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