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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04 14:29:01
  • 최종수정2026.08.04 14:29:01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1955년 제 2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과 주제가상을 수상한 영화 '애천'(Three coins in the fountain)이 흥행하며 세계적 명소로 떠오른 곳이 로마의 트레비 분수다.


새로운 직장을 얻어 미국을 떠나 로마에 도착한 영화의 주인공 '마리아'는 임지로 가는 길목에서 트래비 분수를 발견한다. 분수에 동전을 던지고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안내자의 말에 마리아는 '1년 동안은 로마에 머물게 해 달라'며 동전을 던진다. 마리아의 깜찍한 행동 이후 트레비 분수 동전던지기는 로마에 온 관광객들의 필수 체험코스가 됐다.


분수에서 동전을 던지는 방법도 나름대로의 방식이 있다. 오른손으로 동전을 잡은 다음 돌아서서 왼쪽 어깨 너머로 분수를 향해 힘껏 던진다. 던지는 동전 개수에 따라 소망의 의미가 달라지는데, 첫 번째 던진 동전은 다시 로마에 오고 싶은 소원을, 두 번째 던진 동전은 좋은 인연과의 만남을, 세 번째 던진 동전은 원하는 결혼이 이루어지게 한단다.


물속에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풍습은 로마시대 부터 전래됐다. 연못이나 우물에 영험한 신이 존재한다고 믿었던 로마인들은 노한 신을 달래 행운을 얻기 위해 공물로 귀중한 동전을 바쳤다.


로마에 온 전 세계 관광객이 트레비 분수에서 소원을 빌며 던진 동전의 수익은 잔돈푼 수준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은 자그마치 140만 유로로 한화 약 17억 원 상당에 달했다.


동전 수익은 전액 가톨릭 자선 단체인 '카리타스'에 기부됐는데, 17억 원의 목돈이 종교재단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에 배가 아파진 로마 시는 2019년 4월부터 트레비 분수에서 수거한 동전을 시 예산에 귀속시켜 문화재 보존과 사회복지 프로그램운영에 사용하겠다는 결정을 했다.


날마다 한화 500만원이 넘는 4천유로의 동전을 2001년부터 기부 받아 빈민 구제 활동에 썼던 카톨릭 교회는 트레비 동전을 시가 접수한다는 시장의 발표에 놀라 크게 반발했다. 로마 시는 한 술 더 떠 트레비 분수를 가까이에서 보고자 하는 관광객들에게 2026년 2월 1일부터 2유로의 입장권까지 받고 있다.


관광객이 던진 동전이 해가 갈수록 늘어 2023년엔 약 160만 유로, 한화 약 23억 원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돈을 챙기는 것도 모자라 입장료까지 갈취하는 로마시의 상술에 부아가 치민다.


트레비 분수의 동전 더미에서 시계나 팔찌 등의 장신구와 안경이 발견되기도 하는데, 가끔은 틀니가 섞여 있단다. 틀니를 어떻게 등 뒤로 던질 수 있었는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분수에서 동전을 줍는 행위는 물론 불법이다. 그런데 자석을 단 낚시로 동전 낚기를 했다면 처벌대상이 아니라는 희한한 판례가 화제였다. 동전 낚시가 불법이라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트레비 분수에서 낚시로 동전을 건졌던 사람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나라 청계천에도 동전을 던지며 행운을 비는 소망처인 팔석담이 있다. 서울시는 팔석담에서 매주 10만 원정도의 동전을 수거해 장학재단과 국제기구 등에 기부해 왔다.


최근 우산으로 얼굴을 가리고 허리에 전대를 찬 중년 여성과 머리를 박박 민 살집 좋은 중년 남성이 청계천 팔석담의 소망 동전을 열심히 쓸어 담는 모습이 포착돼 공분을 샀다. 한눈에 보아도 중국관광객이다. 황당한 동전절도 사건을 종로경찰서가 수사할 계획이라지만 이미 달아난 중국관광객은 제 고향에서 동전 절취를 무용담처럼 자랑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청계천에 동전 줍줍 중국관광객이 몰려들 것 같은 불쾌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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