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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회장

톨게이트를 빠져나온 차가 들판을 가로지른다. 7월 들녘에 초록 물결이 살랑인다. 성당 레지오 친목 행사로 옥천 감 농원에 가는 길이다. 초록 벌판을 가르는 곡선 길을 한참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감잎 천연 발효종 빵 만들기'라는 색다른 체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 입구에 세워진 '평화마을'이라는 표지석이 동네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고향에 온 느낌이다.


이곳에서는 자연 농법으로 가꾼 재료로 빵을 만든다. 우리밀 통밀에 감잎과 야생초를 갈아 넣고 인공 감미료나 방부제는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건강한 천연 발효 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으면서 느림의 미학을 생각한다.


자연 발효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체험 참여자들은 미리 준비해 놓은 1차 발효 반죽으로 모양을 만들고, 다시 2차 발효 과정을 거쳐 오븐에 굽는다. 감잎을 품은 반죽이 빵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는 동안, 우리는 농원을 둘러보았다.


제멋대로 자란 풀이 길의 경계를 흐려놓았다. 짧게 깎인 잡초가 초록 카펫처럼 발길을 받아준다.


대나무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빈터에 무덤처럼 봉긋 솟아있는 흙빛 건초 더미들이 있다.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풀을 베어 쌓아둔 것이라고 한다. 안내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차곡차곡 쌓인 풀더미는 시간이 흐르면 퇴비가 되고, 그 퇴비는 다시 밭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을 키우는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농장 주변에 풀이 무성한 이유를 알 것 같다.


 황토집이 있는 마당으로 들어서자, 무성한 수풀 동산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만다라 정원'이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다. 조금 전에 뒤뜰에서 봤던 작은 둔덕들과 같은 형태이다. 오랜 시간이 지난 퇴적물에 새로운 생명이 터를 잡은 것이다.


툇마루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다 초록 물결 속에 고개를 내민 주황색 나리꽃과 눈이 마주쳤다. 가까이 다가가 그들의 세계를 엿보았다. 채도를 달리한 청록빛 숨결이 맴도는 가운데 크고 작은 야생화들이 조용히 제자리를 밝히고 있다. 무질서한 조화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다가온다.


 '만다라maṇḍala'는 산스크리스트어로 '원' 또는 '둘러싸다'라는 의미이며, 불교에서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하는 원형의 도상圖像을 가리키는 말이라고도 한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바깥에서 중심으로 이어지는 생명의 순환과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이곳에서 보고 있다.


 자연은 시간과 합작으로 이곳에 생명의 원을 그려 놓았다. 풀과 꽃, 벌레와 흙, 바람과 사람이 서로의 삶을 품으며 하나의 우주를 이루는 생명의 원이다. 풀 한 포기 함부로 밀어내지 않는 공존의 철학이 담긴 정원이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품었다. 이름 모를 풀과 아기자기한 꽃들도, 흙으로 돌아가는 풀더미도, 저마다 제 몫을 다하며 하나의 원을 완성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어느 것 하나 쓸모없이 버려지는 것이 없다.


 맛있는 빵을 한 아름 안고 돌아오는 길, 마음에도 작은 원을 하나 그려 본다.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발맞춰 함께 어우러질 때, 인류의 삶은 하나의 아름다운 만다라가 되리라. 느림의 미학이 생생하게 펼쳐지는 곳이 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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