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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대략 35년전 쯤이었나, 나도 좀 똑똑해지자 싶어 시사 전문지를 구독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중에 유독 '금융실명제'에 대한 논단이 기억에 남는다. 그 글은 금융실명제의 개념과 장점, 한국 사회에 금융실명제가 꼭 필요한 이유 등을 구구절절이 적어 놓았었는데, 웃기게도 결론은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금융실명제가 실시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이다. 혁명적 상황이 아니라면 기득권층이 이것을 실행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글 잘 읽고 엄청 황당하고 실망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던 1993년 여름의 어느 날, 김영삼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전격 단행하였다. 혁명으로만 가능하다던 일이 현실이 되다니, 당시에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신기했다.


지금은 옛날 일이 되어버린 사건을 다시 꺼낸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혁명적 상황이 다른 분야에서도 또 좀 생겼으면 하는 상상에서이다. 가령 얼마 전에 드라마에서 나왔던 '교권보호국' 같은 것은 어떨까? '교권보호국'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이다'란 평을 받은 것은 안타깝게도 현재 한국 교육계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런데 금융실명제는 금융이 투명해지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일부의 반발이라거나, 일반 국민들에게도 생활상의 소소한 불편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는 목표와 장점, 실행방법이 명쾌하다. 즉, 금융실명제는 시작이 어렵지 만들어 두면 그냥 굴러간다. 그러나 '교육'은 금융실명제와는 차원이 다른 복잡성이 존재한다. 학교란 교사의 교권 외에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등 세 요소가 얽혀있고, 게다가 같은 참여 주체라도 개인적 지향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인간 사회의 단체는 단일성이 있는데, 대체로 구성원과 단체의 목적이 일치한다. 회사는 사장부터 말단까지 회사의 이익이 목표이며, 군대는 대장부터 이등병까지 전투에서 승리하고 나라를 지키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 학교라는 사회는 교사와 학생의 존재 이유가 다르다. 여기에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는 교육의 목표로서, 교육은 나라와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만드는 것인가, 개인의 자아실현을 돕는 것인가? 둘째는 교육이라는 행위의 주도자 문제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학교가 있고 교사가 있으니 학생이 있게 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개념상으로는 학생이 있으니 교사도 학교도 존재하게 된다. 특히, 학생이 없어서 문 닫는 수많은 학교를 보면 후자는 분명 현실성이 있다. 게다가 교육감도 진보냐 보수냐로 일단 성향을 나누고 시작하고, 교사들도 전교조, 한국교총, 대한교조, 교사노조연맹의 교육관이 다르며, 나아가 교육은 온 국민이 모두 관심 가지고 참여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워낙 얽히고 설켜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 이럴때는 가장 기본부터 확인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결국 기본은 교권 확립이다. 분명한 것은 교권이 무너지면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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