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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8.02 15:24:28
  • 최종수정2026.08.02 15:24:28

김귀숙

단재교육연수원 부장

분홍 언니가 준 양배추와 케일 모종은 심자마자 그물로 된 한랭사로 터널을 만들어 주었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배추흰나비가 알을 낳기 때문이다. 남은 모종을 이웃에 나눠주려다가 깜짝 놀랐다. 모두 양배추였다. 케일과 양배추 모종은 구분이 어려워서 남편은 2줄 모두 케일만 심은 거다.


케일을 뽑고 한 줄은 양배추로 바꿔 심자는 말에 남편은 고개를 저으며 반대했다. 비닐 씌운 고랑에 구멍을 뚫고, 물을 주고, 모종을 심고, 흙을 덮고, 또 물을 주는 과정이 얼마나 번거로운지 아냐고 말이다. 게다가 양배추를 수확해도 우리가 먹을 것은, 한두 개인데 많이 심을 필요가 없단다.


남편 말이 맞다. 7월에 수확하는 양배추는 저장이 어려워 정작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양배추는 2~3개뿐이다. 그래도 고집을 피우고 바꿔 심겠다고 하니 정말 남편은 다른 모종을 심으러 가 버렸다. 나는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케일을 뽑고 양배추를 다시 심었다.


올해는 흰나비, 노랑나비가 유난히 많이 날아다녔다. 나비와 벌이 많으면 수박, 호박, 참외 등 수정이 필요한 식물은 좋지만 배추흰나비애벌레가 특히 좋아하는 케일과 양배추는 다르다. 한 번 알을 까면 아무리 잡아도 어느새 초록색 애벌레가 이파리를 사각사각 먹어 치워서 케일도 양배추도 잎이 그물처럼 되어 버린다. 농부가 농약을 많이 치는 이유다.


다행히 우리 양배추는 그물망 속에서 농약 없이 무럭무럭 잘 자랐고 7월 중순 수확하기 시작했다. 배추흰나비, 다양한 노린재로부터 무사히 지켜낸 양배추는 쳐다만 봐도 좋았다. 커다란 소쿠리보다 더 넓게 펼쳐진 잎사귀 속에서 땡글땡글 단단하게 결구되었다. 큰 칼을 가져다 뽀얀 속 부분만 잘라내어 번쩍 들어 올리니 엄청 무겁다. 속이 꽉 찼다는 증거다.


힘든 과정을 거친 터라 "이거 진~~짜 무농약이예요."라며 양배추를 가족과 지인에게 나눠주는 내내 뿌듯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일이 쉽지 않았다. 1주일에 한두 번 주말에만 밭에 가는데 양배추 한두 개 나눠주자고 사람을 부를 수도 없고 일일이 배달하는 것도 힘든 일이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먹은 것은 딱 3개다. 남편 말대로 조금만 심을 껄! 괜히 많이 심었나? 살짝 후회했다.


아침에 이 교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하우스에 심은 노란 참외가 달다고 퇴근길에 가져가라고 하셨다. 선배님은 해마다 농사지은 농작물과 귀한 들기름을 주시더니 작년부터는 참외까지 나눠주셨다. 매년 후배를 챙겨주시는 선배 전화를 받고 민망해서 어깨를 으쓱했다. 어렵게 농사지은 것을 주시는 선배 것은 넙죽 잘도 받아먹었으면서 달랑 양배추 몇 개 나누는 걸로 힘들다 했으니 말이다.


힘들다는 말도, 잠깐의 후회도 취소다. 내가 선배님의 참외를 귀하게 여기고 감사하는 것처럼, 좋은 것은 나누고 싶어하는 내 마음도 무죄다. 내 양배추가 지인의 식탁에서 귀하게 쓰일 것을 생각하며 나누는 수고를 기쁨으로 여길 거다. 선배님께 참외 가지러 가는 길에 양배추 한 통 실한 놈으로 골라 갖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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