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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케 허니 내추럴과 아바야 게이샤가 빚어낸 양두구육

  • 웹출고시간2026.08.02 15:26:43
  • 최종수정2026.08.02 15:26:43

박영순

'커피인문학' 저자·커피비평가협회(CCA) 회장

몇 세기 전 춘추시대의 고전에서 비롯된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오랜 가르침이 불행하게도 오늘날 화려하게 성장한 한국 커피 시장의 어두운 구석을 예리하게 들춰낸다. 양두구육은 언어와 실재를 갈라놓는 행위를 경고하는 인문학적 성찰이다.


인간은 커피의 맛을 느끼기 전에 '산지', '품종', '가공법'이라는 정보를 소비한다. 그런데 언어 정보가 지시 대상을 철저히 배반한다면 어떨까. 커피가 향미보다 먼저 지독한 거짓말을 건네는 셈이다.


첫 번째 기만적 풍경은 '코케 허니 내추럴(Koke Honey Natural)'이라는 모순된 명칭에서 포착된다. '코케 허니' 자체는 가짜가 아니다. 에티오피아 예가체프의 코케 생산·가공망과 연결된 커피 가운데 실제로 허니 방식으로 가공한 커피가 존재한다. '코케 내추럴'도 마찬가지다. 체리를 통째로 건조했다면 정당한 내추럴 커피다.


내추럴과 허니는 같은 말이 아니다. 소비자는 '허니'라는 말에서 달콤하고 농밀한 향미를 기대하기 쉽다.  허니 가공이 반드시 꿀 같은 단맛이나 묵직한 바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장의 기대를 이용하면서 실제 공정은 내추럴이라고 밝히는 이중적 표기다. 그렇다면 상품명에 들어간 '허니'는 가공의 실체를 가리키지 못한다.


소비자의 눈길이 닿는 이름에는 '코케 허니'라는 양 머리를 걸고, 공정 정보에는 '내추럴'이라는 개고기를 함께 내놓은 꼴이다. 모순을 알고도 그 이름을 반복한다면 이름의 권위는 취하고 검증의 책임은 피하려는 얄팍한 상술이다.


이와 같은 타락은 '아바야 게이샤(Abaya Geisha)'에 이르러 품종과 계통의 근거를 흐리는 지적 폭력으로 악화된다. 상품명에는 '아바야 게이샤'라고 크게 적고, 품종란에는 '에티오피아 재래종'이나 '에어룸(heirloom)'이라고 쓰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헤어룸은 다양한 재래계통과 지역 선발종을 포괄해 온 유통상의 표현이지, 특정 혈통을 증명하는 식물학적 신분증이 아니다. 앞에서는 게이샤의 권위로 높은 값을 받고, 근거를 따져 물으면 재래종이라는 작은 방패 뒤로 숨는다. 이것이 기만이 아니라면 무엇을 기만이라고 해야 하는가.


내추럴 커피가 아무리 달아도 허니 커피가 되는 것은 아니며, 에티오피아 재래종에서 꽃향기가 난다고 해서 특정 게이샤 계통으로 변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불투명한 라벨링을 서구만의 음모로 돌릴 수도 없다. 파나마 경매와 북미·유럽 시장에서 강화된 게이샤의 가격 프리미엄을 오늘날 동아시아를 포함한 세계 커피 시장이 함께 증폭시키고 있다. 유명한 이름을 빌려와야만 토착 커피를 고급으로 포장할 수 있다는 믿음은 에티오피아 재래계통 고유의 가치와 다양성을 지우는 폭력이다. 정교한 재배와 가공을 수행한 생산자의 노동까지 남의 이름 아래 감춰 버린다. 커피 주권과 공정한 거래 생태계는 정확하고 투명한 정보에서 비로소 움틀 수 있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simulacre)는 단순히 가짜가 진짜를 흉내 내는 현상에 머물지 않는다. 반복된 기호와 모델이 사람의 인식과 욕망, 가격을 조직하면서 마침내 실재와 재현의 구분 자체를 무너뜨리는 상태다. '코케 허니 내추럴' '아바야 게이샤'라는 이름이 검증 없이 복제될수록 소비자는 커피의 실체보다 시장이 만든 각본을 먼저 맛보게 된다.


이름의 권위만 챙기고 검증의 책임을 회피하는 시장에 '스페셜티'라는 고결한 수식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양두구육의 본질은 개고기가 맛없다는 데 있지 않다. 양고기라고 믿게 하고 다른 것을 팔았다는 데 있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가짜가 진짜를 정교하게 닮았을 때보다 더 위험한 순간은 우리가 더는 무엇이 진짜인지 집요하게 묻지 않게 되었을 때다. 화려한 이름이 미각을 길들이도록 내버려 두지 말고, 잔 속에 감춰진 투명하고 서늘한 진실을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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