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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30 17:19:26
  • 최종수정2026.07.30 17:19:26

최한식

수필가

흥덕사 주변을 거니는 20대 중후반 여인이 눈에 띕니다. 잠깐 말씀 나누어 보겠습니다. 혹시 기다리는 분이라도 계신가요?


➙아닙니다. 그냥 이 때쯤 직지에 대한 청주시민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 같아 이곳을 자주 찾습니다.


특별한 인연이라도 있으신지요. 참, 본인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19세기 말에 궁중 무희로 살았습니다.


그렇다면 혹시 <리진> 또는 <리심>으로 알려지신 그 분인가요?


➙그래요. 저를 사랑한 콜랭 프랑스 초대대사께서 직지를 프랑스로 가져갔지요. 그 직지가 1972년 세상에 알려졌고요.


콜랭이란 분이 직지를 구입한 경위는 어떻게 되나요?


➙의도를 가지고 구입한 것은 아니고 고서적 수집을 좋아하셔서 팔겠다니 구입해 서지 기록을 남겨둔 거예요.


특별히 대단한 책이라는 의식을 갖지는 않았나요?


➙동양학을 전공하고 관심도 많아서, 평범한 책이 아니라고 생각해 파리로 가져갔을 거예요. 경매 현장에서도 우리 것 중 가장 고가에 팔렸을 거예요.


직지가 발간된 후로 500년쯤 지나 대사님 수중에 들어간 건데 그 일에 깊은 사연이 있는 것 같진 않군요?


➙그런 책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서 언제 발간이 되었었는지 대사도 저도 몰랐어요.


프랑스에 가서도 잊힌 채로 묻힐 수도 있었을까요?


➙사실은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 대한제국관에 전시가 되었지요, 별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다시 잊힐 위기에 처한 셈이지요.


그로부터 70여년이 흘러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발견되고 세상에 그 존재가 널리 알려져요.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 때는 제가 생존하던 시기는 아닌데, 공간적 제약이 없어져 더 잘 알고 있어요. 앞서 경매를 했다 했지요. 구매한 분이 유언으로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을 해요. 기증되어 중국서가에 무관심 속에 보관돼 있던 것을 한국여인이 찾아내요. 그 분이 대단한 책임을 알아보고 연구해 세상에 드러낸 거지요.


1900년에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어떻게 1972년에는 이목을 집중시켰을까요? 같은 책이고 같은 파리에서 있었던 일인데요?


➙저 나름으로 추측해보면 1900년에는 다른 전시품과 함께 전시돼, 대한제국관에서조차 직지가 돋보이지 않았고, 동양의 작은 한 나라에서 최고의 금속활자인쇄본을 간행했다는 걸 사람들이 믿으려 하지 않았을 거예요. 구체적 검증을 거친 것도 아니었고….


1972년에 달라진 게 있었나요?


➙우선 1972년은 유네스코가 "세계 책의 해"로 선포해 책 자체에 관심이 집중되었고, 프랑스국립도서관에서 연 특별전시에 그곳 주최 측에 의해 직지가 전시된 셈이거든요. 프랑스국립도서관이라는 신뢰할 수 있는 보증기관이 있었다 할까요. 거기다 작은 체구의 동양인 박병선 박사가 직지가 금속활자본임을 많은 연구로 밝혀냈어요.


직지 덕에 청주가 많이 알려지게 된 걸까요?


➙청주는 세계적인 도시라고 생각해요. 인류사를 바꾸었잖아요? 직지의 탄생지를 제대로 대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청주의 책임이 크지요.


그게 왜 청주 책임인가요?


➙그 역사적 사실 자체가 널리 알려져야 관심도 갖고 찾아도 오는데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홍보 부족이지요.


나름 열심히 애를 쓰고 있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지만 충북만 벗어나도 모르는 이들이 많아요. 나라를 벗어나면 전문가 정도나 알까, 그렇지 않나요? 모든 청주 시민과 온 국민이 나서서 해야 할 일이지요.


하여튼 오늘 여러 가지로 고마웠습니다. 다들 폭염 건강하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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