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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를 켰다. 음악이 잔잔하게 들리고 있다. 여고 시절 음악 시간에 불렀던 이탈리아 민요 '바다로 가자 Vieni Sul Mar'가 귀를 열어준다. 음악을 들으며, 바다 관광 열차를 탔던 추억을 곱씹어본다. 기차는 정동진역에서 넓은 바다를 보고 달렸다. 기차 내부 의자는 바다를 바라보고 길게 놓여 안온한 느낌을 주었다.
방송으로 '바다로 가자' 음악이 경쾌하게 들렸다. 가볍게 스트리밍으로 따라 불러 봤다. 노랫말 속에 반복되는 바다로 가자 프레이즈가 쉽게 추억을 불러냈다고 하련다. 노래를 들으며 내 삶의 기차는 어디로 가고 있을까 떠올려본다. 황혼기까지 아내로, 엄마로, 며느리로, 딸로, 정거장 없이 바쁘게 달렸다. 이제부터는 앞, 뒤, 옆의 황혼 길을 살피며 정거장에 들려 쉬어가야겠다.
창 너머 탁 트인 바다는 환상적이었다. 파도는 파란 물감을 탄 듯 자연스럽게 퍼져나간다. 파란 바다 위로 흰 돛단배도 유유히 무심하게 떠다닌다. 이것이 자연과 사람이 상생하는 모습이리라. 추암역에서 내렸다. 바다의 갈매기와 파도가 사랑의 랩소디로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가까운 곳에 묵호 등대가 보였다. 등대는 높은 언덕에 올라 바다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꼬불꼬불 등대길을 굼뜨게 아기자기한 벽화를 보며 올라갔다. 그 옛날 연탄 공장, 술에 찌든 빨간 코 어부, 갈지자로 걷는 아버지, 소박한 점방(매점)까지 뱃사람의 애환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고단한 삶을 밝혀 주는 등대가 삶의 길을 평탄하게 안내한다고 하련다. 바다도 등댓불이 있어 참 좋다고, 추임새를 넣으며, 철썩철썩 장단을 맞추고 있었다.
등대 위에서 바다를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바다가 큰 파란 보자기로 보인다. 저 하늘 높은 곳에 계시는 친정어머니 모습이 그 속에 담겨 있다. 내 몸의 앞과 뒤에서 부는 매서운 바람까지 보자기 속에 넣어, 저 높은 곳으로 담아가신 당신이셨다. 이런 바다의 모습은 그리운 어머니를 다시 떠올리는 행운이라고 하련다.
바다 관광 열차에서 듣던 <바다로 가자>의 선율과 노랫말을 떠올린다.
물결 춤춘다 바다 위에서 / 백구 춤춘다 바다 위에서 / 흰 돛단배도 바다 위에서 / 바다 그 바다 끝이 없다 / 해가 서산을 넘어 가면 / 달은 동녘에 솟아 오네 / 크고 끝없는 그 바닷가로 / 나를 불러서 오라는 듯 / 바다로 가자 / 바다로 가자 / 물 – 결 굽 – 실 뛰노는 / 바다로 가자 바다로 가자.
이탈리아 민요인 이 곡은 조금 빠르게, 알레그레토(Allegretto)로 부르면, 가고픈 바다의 맛이 난다. 관광 열차에서 들리던 음악도 경쾌하고 빠른 기분이었다. 이 노래는 관광 열차를 타고 있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바다를 향해 환호하며 소리를 질렀다. 창밖의 갈매기도 관광 열차를 따라오며 노래한다. 한 쌍의 갈매기가 오르락내리락하며 비행 춤을 추고 있었다.
이 민요는 4분의 3박자로 왈츠 기분이 나는 노래다. 첫마디부터 한 박자 쉬고 '물결' 하며 시작된다. 마치 파도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눈에 어리며 진행된다. 도돌이표를 사용해 짧은 노래를 마음이 흡족하게 바다로 안내한다. 시작 부분은 메조 피아노로 끝부분은 메조 포르테로 끝이 난다. 가락이 연주하기 쉽게 작곡돼 악기의 특성을 살려 연주하면 바다가 그려지며, 바다로 가고 싶어지리라.
화음을 3도 6도로 만들면 더더욱 잔잔한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다고 할 터이다. 2중창, 또는 합창으로 편곡해 KBS 어린이 합창단을 지도했던 추억도 곱씹어본다. 우리 민요 아리랑처럼 누구든지 접할 수 있다고 할 터이다.
행복은 먼 훗날의 목표가 아니다. 지금 내 주변에 있다. 발견해 내 품속에 간직해야 한다. 내일의 행복을 찾는다고 현재의 삶을 생각 없이 보내지 않으련다. <바다로 가자>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어머니의 품속 같은 바다를 떠 올리자 더없는 행복이 살며시 찾아온다.
우리 부부는 황혼기까지 긴 항해를 하고 있다. 어두운 마음은 바다에 시원하게 던져버리련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행복과 불행은 언제나 돌고 돈다.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지 않는다고 그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탐욕과 집착을 버려라.' 하신 큰 스님 법문이 떠 오른다. 근심과 걱정은 몽땅 이 노래 속, 바다에 버리련다. 바다는 모든 어려움을 다 받아주며, 내 삶을 응원한다고 할 터이다.
우리는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삶의 길을 가야 한다. 누구든지 묵호 등대의 길처럼 갑자기 높은 곳에 오르지 못한다. 낮은 곳부터 자박자박 사박걸음으로 걷다 보면, 원하는 삶까지 오르며 곱게 빛나리라.
필자의 삶도 황혼기가 되기까지 거친 파도 길, 절벽 길을 넘었다. 이제 내 삶의 파도는 황혼기의 나처럼 물결이 잔잔하게 보인다. 파도 소리에 맞추어 바다가 차분하게 춤을 춘다. 마음도 덩실덩실 춤사위를 벌린다.
옆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는 남편을 본다. 같이 손잡고 왈츠 기분에 맞춰 춤을 추고 싶다. 그러나 노년기 부부가 선뜻 춤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라. 한참을 생각하다가 '바다로 가자' 악보를 찾았다. 디지털 피아노의 전원을 누른다. 빠른 왈츠 기분으로 연주해 본다. 마음은 바다의 상징 코발트 색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춘다. 필자는 바다에 가지 않고도 음악을 통해 바다에 왔다.
'바다로 가자' 이탈리아 민요가 파도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게 한다. 햇볕이 아파트 베란다 정원에 쏟아진다. 정원의 식물들도 노래를 들으며 바다 여행을 한다. 옛 추억들이 끝없는 바다의 아름다운 자태로 사풋 날아 내게로 온다. 건조했던 마음이 촉촉하게 물들어지며, 흰 돛단배를 그리고 있다.
고등학교 음악. 금성출판사.
정다운 애창곡: 가곡사랑 동호회.
세광 합창곡집 3권. 세광음악출판사.
수필가·음악인
[충북일보] 속보=특성화지방대학(글로컬대학) 지정 취소 이후 단계적 통합(2027년 3월 행정· 2028년 학사)으로 로드맵을 수정한 충북대학교와 국립한국교통대학교가 대학 구성원 합의에 어려움을 겪으며 통합 논의를 잠정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11일 자 3면> 오는 23일 교육부에 통합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던 두 대학은 최근 '통합 논의 잠정 중단에 관한 합의서'라는 문서를 작성했다. 해당 문서의 서명란은 공란으로 아직 합의가 체결된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 구성원들은 물론 대학 밖 외부인에게 노출되며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해당 합의서는 '충북대와 교통대는 통합추진대표단 회의를 통해 최종 통합신청서 제출을 위한 협의를 지속했으나 대학 구성원의 이해와 동의를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해 통합 논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하고 다음과 같이 합의한다'고 적혀 있다. 합의서에는 △통합 논의 잠정 중단 시점 △책임소재 및 대외 대응 △사업비 환수 △통합 논의 재개가 명시됐다. 통합 논의 잠정 중단 시점은 합의서 체결일부터, 사업비 환수에 관한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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