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14.3℃
  • 맑음강릉 19.4℃
  • 맑음서울 18.0℃
  • 구름많음충주 17.2℃
  • 맑음서산 14.1℃
  • 맑음청주 20.7℃
  • 맑음대전 18.9℃
  • 맑음추풍령 17.1℃
  • 맑음대구 21.0℃
  • 흐림울산 20.9℃
  • 맑음광주 20.4℃
  • 흐림부산 23.0℃
  • 맑음고창 16.5℃
  • 맑음홍성(예) 14.9℃
  • 맑음제주 23.9℃
  • 맑음고산 22.9℃
  • 맑음강화 14.8℃
  • 맑음제천 13.8℃
  • 구름많음보은 17.7℃
  • 맑음천안 15.0℃
  • 맑음보령 16.0℃
  • 맑음부여 15.6℃
  • 맑음금산 17.9℃
  • 맑음강진군 20.7℃
  • 흐림경주시 20.1℃
  • 흐림거제 22.4℃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6.07.29 14:53:14
  • 최종수정2026.07.29 14:53:13

이은일

음성수필문학회 사무국장

친정엄마를 모시고 여행 중이다. 큰딸과 작은딸 모자(母子)가 합류했다. 19개월 손자를 제외하면 여자들만의 여행이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살림에서 벗어나, 바다를 보며 맛있는 거 먹고, 푹 쉬는 것이다.

큰딸은 육아에 지친 동생 대신 조카와 놀아주느라 여념이 없다. 저래서 조카가 이모를 좋아하나보다. 아기를 너무나 예뻐해서 큰딸도 곧 엄마가 되겠거니 했다. 전에 한번 넌지시 물어보니, 갓난아기를 키울 자신이 없다고 했다. 누가 일 년만 키워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네가 뻐꾸기냐고 핀잔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막상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 다 키우게 마련이라고, 너도 분명 잘할 수 있을 거라고 다독였는데 효과가 별로 없었던 듯하다.

나는 어릴 적에 뻐꾸기를 좋아했다. 뻐꾹뻐꾹 울음소리도 예쁘고, 이름을 말할 때 내게 되는 된 발음이 경쾌해서 좋다. 뻐꾸기시계에서 정각마다 튀어나와 시간을 알려주는 뻐꾸기를 처음 봤을 때 얼마나 신기하고 귀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한 다큐멘터리에서 뻐꾸기의 탁란(托卵) 과정을 본 후 너무 큰 충격을 받아서 더는 그 못된 뻐꾸기를 예뻐할 수가 없었다.

암컷 오목눈이가 잠깐 둥지를 비운 사이, 뻐꾸기가 오목눈이 알을 하나 버리고 재빨리 자기의 알을 낳아놓고 날아갔다. 둥지로 돌아온 오목눈이는 처음엔 뭔가 어색한 듯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다가 이내 알들을 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깨어난 뻐꾸기 새끼가 아직 부화되지 않은 오목눈이 알들을 하나씩 둥지 밖으로 밀었다. 등이 밀어내기에 알맞게 넓고 평평한 것도 놀라웠지만 눈도 뜨지 못한 작은 생명이 저토록 잔인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새끼들을 모조리 죽게 한 뻐꾸기 새끼를 열심히 키워내는 오목눈이가 너무나 불쌍했다.

며칠 전, 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이 있었다. 강의를 듣다가 나는 뻐꾸기의 탁란이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뿐,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파렴치한 행동이 아니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름철 철새인 뻐꾸기에게는 둥지를 틀어 알을 낳고 키울 만한 시간이 없었다. 좁은 가슴으로 알을 품기도 어려웠다. 텃새들의 둥지에 몰래 알을 낳아 키우게 하는 탁란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오목눈이 역시 이런 방법으로 개체수를 조절하게 된다고 하니, 자연의 진화라는 것이 어쩌면 모두가 조화롭게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인 듯싶었다. 뻐꾸기도 오목눈이도 섭리대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뿐이다.

사람도 별반 다르지 않다. 변화된 사회환경에 맞춰서 최적의 육아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과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오목눈이는 바로 부모 세대일 것이다. 맞벌이인 딸들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황혼육아를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노년만큼은 내 삶으로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종종 힘들어하는 작은딸을 볼 때마다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은 아닌지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지만, 자식 셋이 낳은 손주들을 키워주다 보면 아까운 시간이 다 지나가 버릴 것 같은 걸 어쩌랴.

지칠 줄 모르는 손주를 따라다니다 금세 지쳐버린 큰딸을 보니 내가 나설 차례인 듯하다. 그나저나 큰딸은 아직 아이 낳을 생각이 없는가 보다. 이제 오목눈이가 되어야 할 때일지도 모르겠다. 그간 굳게 지켜온 다짐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따라가는 것이 순리일까.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