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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옥

음성문인협회 회원

사방이 조용한 어둑새벽이다. 달리는 차 창 너머 산 중턱을 껴안고 있는 희뿌연 안개가 오늘의 날씨를 예고해 주는듯하다. 볕이 꽤 내리쬘 것 같아 손에 든 수건을 목에 두른다. 굴착기 일이 급한 남편은 과수원 입구에 나를 내려주고는 내차 돌아간다. 복숭아밭을 둘러보니 아침 이슬처럼 상큼하고 평온하다. 밭으로 들어설 채비를 한다. 장화를 신고 장갑을 끼려는 그때, 승용차 한 대가 밭으로 들어선다. 차에서 내리며 함박 웃는 그녀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생기가 돋는다.

복숭아 일은 처음이라는 그녀는 내가 아는 지인이다. 청주에서 출발했으니, 새벽녘에 떠나 한 시간은 족히 달려왔을 것이다. 아이스박스를 비롯해 바리바리 싸 온 먹거리를 내려놓는다. 농가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에 따라 본인이 먹을 준비를 다 해왔을 뿐만 아니라 내 몫까지 챙겨왔다. 이른 새벽부터 얼마나 부지런히 움직였을지 짐작이 간다. 그녀는 우리 과수원에서 복숭아 일을 하려고 교육을 받았다. 바로 요즘 유행하고 있는 '도시농부' 교육이다.

'도시농부'는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해결하기 위해 도시의 유휴 인력을 농가와 연결해 주는 사업이다. 단기 인력을 필요로 하는 농가와 일자리를 원하는 도시민을 연결해 주는 구조인데, 도시농부가 개설된 지는 3년여가 되었다고 한다. 요즘같이 바쁜 소규모 농가에서는 너무도 반가운 제도이다. 2월부터 도시에 살면서 농촌 일을 하고 싶은 지원자는 각 시나 군에서 신청을 받는다. 우리는 지난 4월에 읍사무소를 통해 접수했다. 인력은 하루 4시간으로 정해져 있지만 일이 많으면 양쪽의 합의로 정하기에 달렸다. 무엇보다 일할 사람을 농장주가 선택할 수 있어 손이 야무진 사람은 언제든 부탁할 수 있다. 그 덕에 과수 열매솎기부터 봉지 씌우기까지 틈틈이 일을 하는 중이다. 오늘처럼 뜨거운 한낮을 피해 이른 새벽 시간에 일을 하면 능률도 오를 뿐 아니라 일찍 일을 마치게 되어 내게도 쉬는 시간이 주어진다.

지난 십오 년 동안 복숭아밭을 일구며 제일 힘든 것이 일손 구하기였지 싶다. 복숭아 열매솎기와 봉지 씌우기 때는 다른 작물과도 일손이 겹치게 된다. 여느 때는 타 도시에서조차도 일손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 해는 주변 마을에서 인력을 써왔는데, 하루는 일을 해야 할 날에 무슨 연유인지 깜깜무소식이었다. 기다려도 일할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질 않아 그날 우리 부부는 파김치가 되었다. 며칠 후에야 그 일꾼들이 다른 작목 밭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온몸에 기운이 쭉 빠졌다. 이제는 인력사무소나 누군가에게 애원하며 일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도시농부 사업 덕택에 비용 절감도 크다.

농장주가 지급하는 도시농부 4시간 인건비는 6만원이다. 거리에 따라 교통비도 지원된다. 농가에는 황금손이며, 퇴직했거나 부지런한 도시농부에게는 새로운 경제 활동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농촌에 집을 짓고 자리를 잡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지인도 공무원 퇴직을 하고 시골로 내려왔다. 막상 시골로 내려오니 할 일이 없더라는 것이다. 그때 도시농부를 알게 되어 냉이 캐는 일, 또는 인삼 꽃 따는 일이며 과수원 일까지 참 재미지고 알차다고 말했다. 도시농부는 상생을 낳는 희망이며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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