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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23 16:06:56
  • 최종수정2026.07.23 16:06:5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수필가

충북의 천주교 성지로 널리 알려진 곳으로 진천의 배티성지, 음성의 감곡매괴성모순례지, 제천의 배론성지, 괴산의 연풍성지 등을 들 수가 있다.

음성의 감곡매괴성모순례지는 1896년에 설립된 충청북도 최초의 성당으로 2006년에 성모 순례지로 선포되었으며 대부분 최양업 신부의 발자취가 서린 곳인데 2020년에 음성 맹동의 봉암성지가가 뒤늦게 성지로 지정되었다. 음성군 맹동면 봉현리에 있는 봉암성지는 1939년의 천주교 기해박해 이후 천주교 신자들(6명의 순교자)이 이주해 와서 교우촌을 만들고 비밀리에 신앙생활을 했던 방축골과 계마대 마을을 말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곳 봉암성지를 드나들면서 이곳의 지명을 찾게 되니 이 지명들의 유래와 함께 우리 조상들이 지명에 남긴 의미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봉현리는 본래 충주군 맹동면의 지역인데 고종 광무10년(1906년) 음성군에 편입되고 1914년 일제의 행정 구역 폐합에 따라 봉암리와 개현리를 병합하여 봉암과 개현의 이름을 따서 봉현리라 하였다. 봉현리에 있는 자연 지명으로 방축골, 개고개, 계마대 들이 있는데 방축골은 오늘날까지도 사용되고 있는 '방죽(농사를 짓기 위하여 둑을 막아 못을 만든 곳)'이라는 말이 한자어 '방축(防築)'에서 온 말로 본다면 그 의미나 지형을 짐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개고개, 계마대, 개현이라는 말은 자세한 유래가 전해오지 않고 그 의미도 쉽게 알기 어렵지만 의미상으로는 서로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가 있다.

우선 옛 행정지명인 개현리(介峴里)의 '개현(介峴)'이란 '개고개'를 한자로 표기한 것임을 알 수가 있는데 개고개와 계마대에는 어떤 의미를 가진 이름일까·

전국적으로 '개고개'라는 지명은 흔히 충직한 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우가 많다. 전북 고창군의 '개비골'이나 부산의 '개좌고개' 등은 충직한 개가 주인이나 마을을 지키거나 위험에서 구한 것에 대한 전설 또는 역사적 사건에서 유래한 지명이라고 전해진다. 그밖에도 '개고개'와 비슷한 형태인 '개바우', '개재', '개티', '개치' 같은 명칭이 많이 존재하고 있는데 대부분 개와 관련짓고 있다.

지명에서의 '개'를 글자만 보면 동물인 '개'가 금방 떠오르게 되고, 개는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이 가축으로 길들여 함께 살아왔기에 개와 관련된 이야기를 쉽게 연관지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개'가 '산이나 고개에 난 작은 길'이나 '좁은 고개'를 뜻하는 옛말의 의미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지역도 많이 존재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따라서 '개'의 원래의 의미는 지형적 특징에서 비롯된 말로 보는 것이 보다 설득력이 있다고 하겠다.

즉 고어에서 '개'란 '조금 부족한, 어린, 작은, 나쁜'의 의미를 지닌 말로서 '개살구, 개복숭아' 등에 쓰이고 속된 말로 '개자식'이란 말에도 흔히 쓰이던 말이었다.

따라서 '개고개'란 고개 자체의 모양이나 길 상태 등을 볼 때 고개가 넓고 경사가 완만하고 똑바르게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길이 좁고, 틀어지고, 급경사가 섞여 있는 험한 고개를 말하는 것이다. '가느실, 가현'이라는 지명이 인근 지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이곳의 지형적 특성이 짐작된다고 하겠다.

그러면 계마대란 어떤 의미로 만들어진 이름일까·

계마대는 개고개 동남쪽에 있는 들판인데 '말을 계속 먹이는 들의 뜻으로 제마대라고도 한다'고 전해지고 있지만 연관성이나 설득력이 없으므로 천주교 성지와 관련된 이름이 아닐까 추측하기도 한다.

지명에서 '마대'를 찾아보면 충북 영춘면 동대리 지역에서 고개나 산길을 나타내는 지명으로 쓰이고 있으며 노새에 짐을 싣고 충청도와 강원도를 오가던 길목의 고개를 가리킨다고 한다. 옛말에 '마대'라는 말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길, 특별히 말과 관련된 교통로나 고개를 뜻하는 의미로 쓰이던 말이었으므로 지명에서는 주로 '고개'나 '길목'의 의미로 쓰였던 것이다.

그렇다면 '계마대'란 '개고개를 넘는 길목'이라는 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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