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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22 14:34:05
  • 최종수정2026.07.22 14:34:05

정인훈

충북보건과학대학교 AI스마트융합학과 학과장

입시철이 다가오면 학생들은 자신의 가능성보다 먼저 성적표를 바라본다. 몇 등급인지, 어느 대학과 학과에 지원할 수 있는지가 진로 선택의 출발점이 된다. 학부모 역시 자녀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합격 가능성과 졸업 후 취업을 먼저 살필 수밖에 없다.

성적은 학생의 학업 수행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일정한 시간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공부했고, 주어진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적표가 학생의 모든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시험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학생이 프로젝트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기도 한다. 말수가 적었던 학생이 기계를 다루거나 영상을 제작할 때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기도 한다. 혼자 하는 과제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가도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고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는 학생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능력이 기존의 평가방식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호기심과 몰입, 협업능력,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려는 끈기는 점수로 측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지식의 양만큼이나 이러한 역량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대학은 성적표에 기록되지 않은 학생의 가능성을 어떻게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을까.

생성형 AI는 그 가능성을 넓혀주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림을 그리지 못하거나 프로그램을 작성하지 못해 생각을 결과물로 옮기기 어려웠다. 이제는 AI의 도움을 받아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제작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간단한 프로그램도 구현할 수 있다. 기술적인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학생의 생각을 실제 결과로 표현할 기회가 커진 것이다.

그러나 AI가 사용된다고 해서 저절로 좋은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이 AI가 만들어준 결과를 그대로 제출하는 데 그친다면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 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는 능력, 결과를 검증하고 수정하는 태도, 저작권과 개인정보를 책임 있게 다루는 윤리의식도 반드시 함께 가르쳐야 한다. 기초지식이 필요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본을 이해해야 AI의 답을 판단하고 자신의 목적에 맞게 활용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AI교육은 사용법을 알려주는 단기 체험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학생이 자신의 관심사에서 문제를 찾고, 필요한 내용을 배우며, AI를 활용해 해결책을 설계하고, 그 결과를 검증하는 과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학교생활의 불편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거나 지역의 소상공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센서 데이터를 이용해 교실의 에너지 사용을 분석하고, 산업현장의 안전과 품질 문제를 개선하는 프로젝트에도 도전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결과물의 규모가 아니다.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끝까지 완성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교육의 평가방식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정답을 얼마나 정확히 기억했는지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를 선택했고, 해결과정에서 무엇을 시도했으며, 실패한 결과를 어떻게 개선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학기마다 완성한 프로젝트를 축적하면 그것은 학생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포트폴리오가 된다. 취업을 준비할 때도 자신이 무엇을 배웠다는 설명보다 무엇을 만들고 해결해보았는지를 보여주는 편이 훨씬 설득력이 있다.

교수의 역할도 지식을 전달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학생이 자신에게 맞는 문제를 찾도록 돕고, 프로젝트의 수준과 방향을 조정하며, 필요할 때 산업현장과 연결해주는 안내자가 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 수가 감소하는 시대에는 몇 명을 가르쳤는가보다 학생 한 명 한 명이 어떻게 성장했는가가 대학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충북보건과학대학교가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AI스마트융합학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AI를 많이 아는 학생을 선발하는 것보다 학생이 AI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고 있다. 기초교육과 제작 경험, 현장 프로젝트와 포트폴리오를 연결해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구체적인 실력으로 증명하도록 돕는 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모든 학생의 가능성이 성적표에 기록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대학은 이미 확인된 능력을 인정받는 곳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처 알지 못했던 자신의 재능을 처음 발견하는 곳일 수 있다.

대학의 역할은 잘하는 학생을 선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사회에서 필요한 역량으로 성장시키는 일까지 책임져야 한다. AI 역시 그 가능성을 대신 만들어주는 기술이 아니라, 학생이 자신의 가능성을 세상에 보여줄 수 있도록 돕는 도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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