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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는 엄정하게, 구속은 더 신중하게

95세 참전용사 사안이 대한민국 법치주의에 던지는 질문

  • 웹출고시간2026.07.22 14:29:40
  • 최종수정2026.07.22 14:29:40

김진영

현 대한민국헌정회 충북지회장, 전 대한민국 제14대 국회의원

법치주의의 진정한 가치는 사회적 비판과 의혹의 중심에 선 사람에게도 동일한 법과 절차를 적용할 때 비로소 증명된다. 민주국가에서 법은 감정이나 여론이 아니라 원칙으로 작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정당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신천지예수교회 이만희 총회장의 사법 처리 과정을 지켜보며 안타까움과 우려를 표한다. 만약 종교적 권위를 이용해 신도들의 정치적 자유를 침해하고 정당 가입을 강요했다는 혐의가 입증된다면, 이는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하는 사안이므로 엄정하게 형사책임을 물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혐의의 중대성과 구속의 필요성은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구속은 유죄에 대한 선행 처벌이 아니라 도주나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적 강제처분이다. 이에 다음 세 가지 측면에서 구속의 신중한 재고를 촉구한다.

첫째, 법률적 원칙에 비추어 볼 때 현 상태에서의 지속적인 구속은 신중한 재고가 필요하다. 피고인은 거주지가 명확하며,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도주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현저히 감소했다. 따라서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의 기본 정신에 부합한다.

둘째, 헌법이 요구하는 '실질적 평등'과 인도주의적 측면을 깊이 통찰해야 한다. 피고인은 올해 95세의 초고령이다. 고령이 면죄부가 될 수는 없으나, 건강 상태와 재판 감당 능력 등을 종합 심사하는 것이 참된 평등이다. 이 연령대 구금의 압박은 치명적인 건강 악화와 생명의 위협으로 직결될 수 있다. 국가의 구금자 보호 책임을 고려할 때, 보석이나 주거 제한 등 대체 수단이 검토되어야 한다.

셋째, 피고인이 평생에 걸쳐 국가와 사회에 헌신한 공과(功過) 역시 잊어서는 안 된다. 그는 6.25 전쟁 비극 속에서 조국을 지켜낸 참전용사이며, 종교를 넘어 세계 평화 운동에 앞장서 왔다. 조국을 위해 피 흘린 유공자에게 국가는 불구속 상태에서 정당하게 소명할 기회를 주는 최소한의 예우를 다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특정 종교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구성원 전체를 사회적 낙인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고령만을 이유로 한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구속이 사실상의 형벌이나 사회적 단죄의 수단으로 기능해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다.

이 사안은 형사사법제도가 헌법 원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키는지 보여줄 시험대다. 혐의는 엄정하게 규명되어야 하나, 구속은 언제나 가장 신중한 국가권력이어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과 권한의 절제가 살아 있을 때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국민의 굳건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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