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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21 14:18:36
  • 최종수정2026.07.21 14:18:36

이혜연

AG아트홀 대표

어릴 적 어른들에게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이다. 갓난아이가 울면 어머니는 젖을 물렸고, 아이는 금세 울음을 그쳤다. 그때는 그저 배가 고파 우는 아이를 달래는 말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면서 이 짧은 속담 속에는 삶의 깊은 지혜가 담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최근 우리 집에 손녀가 태어났다. 손녀를 품에 안고 있노라면 세상이 멈춘 듯 행복하다. 무엇보다 아들이 결혼을 하고, 결혼 후 곧바로 새로운 생명을 맞이한 것이 더욱 감사하다. 출산을 기피하는 시대, 결혼을 미루거나 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여러 나라가 저출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정부마다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지만 숫자는 쉽게 늘지 않는다. 그만큼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시대에 우리 며느리는 새로운 생명을 세상에 선물해 주었다. 아이를 품고 열 달을 견디고, 산고를 이겨내며 건강하게 출산한 며느리가 얼마나 고맙고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아이를 키워 보니 부모가 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라 큰 결심과 희생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느낀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손녀를 바라보며 신기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배꼽시계'다. 누구에게 배우지도 않았는데 정확하게 두 시간쯤 지나면 어김없이 울음을 터뜨린다. 시계를 들여다보면 정말 신기할 만큼 맞아떨어진다. 배가 고프다는 신호다. 그 울음소리를 들은 엄마는 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인다. 그러면 언제 울었냐는 듯 편안한 얼굴로 잠이 든다.

아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배가 고프면 울고, 졸리면 잠들고, 불편하면 표현한다. 자신의 필요를 숨기지 않는다. 그래서 울음은 떼쓰기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가장 솔직한 언어다. 어른들이 "울면 젖 물린다."라고 했던 말은 단순히 아이를 달래는 표현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표현해야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삶의 원리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점점 울음을 잃어버린다. 힘들어도 괜찮은 척하고, 어려워도 혼자 견디려 한다. 도움을 청하는 것을 약함으로 여기고, 속마음을 감춘 채 살아간다. 하지만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일도 있다. 때로는 자신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손을 내미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무조건 불평하거나 떼를 쓰라는 뜻은 아니다. 진심 어린 표현과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는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힘이 된다.

또 한편으로는 이 속담을 부모의 마음으로도 생각하게 된다. 아이가 울면 엄마는 귀찮아하지 않는다. 먼저 안아 주고, 살피고, 먹이고, 달랜다. 부모의 사랑은 조건보다 본능에 가깝다. 세상의 어떤 사랑보다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랑이다. 손녀를 안고 있는 며느리를 보면서, 젖을 먹이는 그 모습이 얼마나 숭고한지 새삼 느낀다. 한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그렇게 자랐다. 누군가의 품에서 울었고, 누군가의 사랑으로 배를 채우며 오늘의 내가 되었다. 그래서 부모님의 사랑은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크기를 알게 된다. 손녀를 통해 아기를 키우던 젊은 시절이 떠오르고, 나를 키워 주셨던 부모님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생명은 그렇게 사랑을 이어 가며 다음 세대로 전해진다.

"울면 젖 물린다."

이 짧은 옛말은 단순한 육아의 지혜를 넘어 사랑과 돌봄, 생명의 순환을 이야기하는 말이다. 아이의 울음에는 사랑으로 응답하고, 누군가의 어려움에는 따뜻한 손길을 내밀며 살아가는 사회라면 저출산이라는 차가운 통계보다 훨씬 희망이 많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오늘도 두 시간마다 정확하게 울음을 터뜨리는 손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그 울음은 생명의 신호이고, 사랑을 부르는 소리이며, 우리 가족에게 가장 아름다운 음악이다. 그리고 그 울음에 기꺼이 젖을 물리는 엄마의 모습 속에서, 사랑은 말보다 행동으로 이어질 때 가장 깊고 따뜻해진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진리를 다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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