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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14 14:50:33
  • 최종수정2026.07.14 16:04:49

박주영

시인·수필가

새벽아침이다. 우리집 처마아래 풍경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아침 안개가 걷히면서 햇살이 앞산에 서서히 비친다. 오늘은 설맞이 마을 골목 청소 하는날이다.

소이면사무소에 회원들이 한 두명 짝을지어 모여들기 시작했다. 웃는 얼굴로 서로 인사를 나눈다. 바쁜 일상을 뒤로 하고 발길을 모두 이곳으로 향했다. 봉사요원들의 눈망울이 유난히 빛나보인다. 바르게살기, 주민자치회, 자유총연맹, 새마을회 등등.. 각 봉사 단체회원들과 눈인사를 서로 나누고 삼삼오오 짝을지어 마을길로 흩어졌다. 우리 바르게 회원팀도 오른손에 기다란 집게를 들고 각자 흩어졌다.

플라스틱병이나 종이조각 폐비닐 마대자루..등등이 찻길 옆 고랑에 흩어져있다. 시니어 어르신 단체에서 청소를 미리했던곳이라서 도로 가까운쪽은 대체로 깨끗한편이다. 그러나 바람에 날아가버린 깡통같은 쓰레기들이 논과 밭쪽에 나뒹굴고있다. 길 아래 물고랑까지 내려가서 집게로 주었더니 어느새 큰 봉지에 쓰레기로 가득찼다.

내가 이곳 시골에 귀촌한지 9년째되었다. 처음에 낯설었던 이웃들이 참 정겹게 느껴진다. 지금은 이웃들과 서로 포근한 어깨를 기대면서 살고있다. 앞으로도 내가 먼저 진정한 가슴을 열고 따스한 정을 나누리라~ 생각을 곱게 다짐하며 들판 너머 풍경을 바라본다.

그동안 농사일로 쌓인 근심을 새털처럼 날려버린 회원들의 발걸음이 유난히 가벼워보인다. 면사무소직원이 준비한 떡과 두유를 나눠먹으면서 웃음짓는다. 차거운 햇살이 창공을 가르며 지나간다. 바람 끝 차거움을 참아낸 겨울꽃들은 아픔을 머금어 꽃숭어리를 피어내고있다. 우리는 깨끗해진 골목길을 나란히 걸으면서 활짝 웃음지었다.

어느 봄날이다. 오늘은 주민자치회 봉사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따뜻한 온기 가득한 산비탈에서 봄바람을·허공에·안는다. 새벽 아침 떠오르는 해를 맞으며 오늘도 나는 밭으로 향한다.

산새들이 짝짓기로 요란해지는 이때 쯤, 땅 힘이 가장 왕성할 때다. 봄낮의·태양빛과 바람을 실컷 받아내는 풀꽃들이 여기저기서 푸르름을 뽐낸다. 봄에는 잡초들까지 꽃을 피우겠다 아우성이지만 봄꽃들은 일주일을 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질것이다.

회원들과 함께 밭둑길을 걷는다. 훈훈한 바람 앞당겨 봄빛이 다녀가신 그곳에, 햇빛을 정답게 나누면서 잡풀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태어날때부터 키가 작은 풀들은 비바람에 꺾이는 아픔을 잊고, 대낮의 목마름을 잘도 참아낸다.

주민자치회원들이 모두 한곳에 모였다. 챙이 큰 모자와 수건으로 햇빛을 가렸다. 마스크로 먼지를 막으면서 작년에 옥수수 수확했던 곳 비닐 벗기기 작업을 시작했다.

흙에 깊이 묻힌 비닐은 잘 벗겨지지않았다. 그런곳은 괭이나 호미로 파내면서 검은 비닐을 벗겨내었다. 허리를 구부리고 풀을 뽑아내면서 비닐을 걷는 작업이 그리 쉬운일은 아니다. 무릎이 조금씩 아파오기시작하고 흙먼지가 얼굴까지 피어올랐다. 수건으로 닦아보지만 그때뿐이다.

2~3시간 열심히 일에 몰두하다가 허리를 펴고 하늘을 보았다.

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저 멀리 샛강에서 맑은 물이 뒤척이며 흐르고, 쪽빛 하늘에 비비새 몇마리가 햇살을 가르며 날고 있다.

간식 먹는 시간이다. 물을 들이키면서 회원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벌써 마음속에선 기쁨이 일렁인다. 쑥부쟁이·냄새·바람에·풍기는 밭두렁에서 이슬에 바짓가랑이 적시며 작업할땐 힘들었지만 어느새 땀흘린 봉사의 보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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