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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집 문화 : 쿠지의 명과 암, 그리고 한국 IP·피규어의 다음 트렌드

  • 웹출고시간2026.07.12 15:50:05
  • 최종수정2026.07.12 15:50:04

장성진

와이스 PM

저는 컬렉터들을 위한 라이브 플랫폼 : WYYYES 와이스의 PM으로서 컬렉터들의 문화와 그 문화를 향유하는 한국의 다양한 커뮤니티와의 소통으로 일반 대중들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컬렉팅 문화를 소개해 드리고 있습니다.

용산 아이파크몰 3층과 홍대 AK&몰 5층에는 어느새 '이치방쿠지' 매장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캐릭터가 그려진 박스에서 등수에 따라 다른 굿즈가 나오는 일본식 즉석복권형 상품으로, 일부 인기 시리즈는 출시 직후부터 한 회 시세가 90만 원대까지 형성되기도 합니다. 신상품이 발매하는 날, 매장 앞에 줄이 늘어서는 풍경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쿠지는 일본에서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반다이의 '이치방쿠지'는 20년 넘게 편의점과 서점, 홈센터 매대를 지켜 온 익숙한 채널이고, 2023년도 연간 매출은 약 724억 엔, 누적 발행은 8억 장을 넘어섭니다. 일본경제신문은 캐릭터 쿠지 시장이 최근 5년 만에 세 배 가까이 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상품을 한국으로 옮기면 풍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정식 채널은 좁고, 본토 일정과 한국 발매 사이에는 시차가 개입하며, 정식 물량은 늘 부족합니다. 일본에서는 일상 잡화에 가까운 콘텐츠가 한국에서는 희소한 체험으로 바뀌면서 주목도 자체가 한 단계 더 올라갑니다.

그 빈자리를 빠르게 채운 것이 이른바 '자체 쿠지'입니다. 정식 라이선스 굿즈를 임의로 재포장하거나, 시중에서 모은 굿즈를 새로 묶어 새로운 쿠지판을 제작하는 방식입니다. 처음에는 신선한 체험으로 통했지만, 구성품의 진위와 등급 산정, 환불 기준이 모두 운영자의 양심에 기대 있는 구조라는 점이 곧 한계로 드러났습니다. 같은 시리즈의 같은 상품도 매장마다 등수와 가격이 제각각인 경우가 적지 않고, 분쟁이 발생해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습니다. 신뢰 손상 사례가 누적되면서, 빠르게 끓던 시장의 하입도 비슷한 속도로 식고 있습니다.

피규어 쪽 흐름도 한 호흡 비어 있습니다.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은 지난해 8월 한국 개봉 후 누적 570만 명을 모아, 일본 영화로는 처음으로 국내 연간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습니다. 그러나 후속 제2장은 2027년 이후로 점쳐지고, 「체인소 맨」 원작 만화는 2부가 용두사미라는 여론과 함께 완결됐습니다. 「주술회전」 3기 '사멸회유'는 올 1월 일본·한국 동시기 방영을 시작했지만, 다음 큰 분기점까지의 텀은 다시 깁니다. 한국 컬렉터 시장이 의지해 온 메이저 IP의 큰 사이클이 모두 한 박자씩 비어 있는 형국입니다.

같은 시기 일본의 점프 페스타와 각종 굿즈 페어에서는 아크릴 스탠드와 아크릴 카드 같은 평면형 굿즈가 부스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습니다. 한 점에 천 엔 안팎으로 가격 부담이 적고, 보관 공간도 거의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본 컬렉터에게 빠르게 받아들여진 결과입니다. 좁은 진열장과 가구 사이를 비집고 살아야 하는 도시 거주 환경이라는 양국 공통의 조건을 떠올리면, 한국 컬렉터의 다음 한 발 역시 결국 비슷한 방향으로 향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짚어 봅니다.

요컨대 한국 수집 문화의 다음 트렌드는, 큰 IP 한 편의 등장에 매달리기보다 작은 단위의 굿즈를 빠르게 소화하고 가볍게 진열하는 방향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그 변화가 건강하게 자리 잡기 위해서는, 쿠지와 같이 운영자의 양심에 기댄 형식부터 시장 차원의 신뢰 기준을 갖춰야 합니다. 정식 라이선스 여부와 등급 산정 방식, 환불 정책을 모두가 같은 기준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합니다. 컬렉터의 한 표가 IP의 흥행이 아니라 운영자의 진심을 향할 때, 우리의 수집 문화는 비로소 다음 단계로 한 걸음을 옮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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