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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가면 마음이 편해진다. 몸은 이미 알고 있다. 숲에는 인위적 소음이 적고, 사람과 부딪힐 일도 드물다. 사회생활 속에서 생긴 상처를 스스로 추스르기에 좋은 공간이 숲이다. 도시인들이 휴일이 되면 '나는 자연인이다'를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일 것이다. 숲은 현실을 잠시 벗어나는 공간이자, 나를 다시 만나는 공간이다. 숲은 오래전부터 인간이 대피하는 공간이 기도 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숲으로 몸을 숨겼고, 권력의 사슬을 피해 숲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사람 역시 숲을 선택했다. 인간은 숲에서 생존을 배웠고, 동시에 자유도 누렸다.

영국의 의적 로빈 후드 역시 그런 인물이다. 14세기 후반인 1377년경 쓰인 Piers Plowman에는 이미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진 인물처럼 등장한다. 이후 여러 민요를 거치며 그의 이야기는 점차 하나의 전설이 되었다. 역사학계에서는 실존 인물인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지만, 사람들은 오랫동안 그를 셔우드 숲에서 살아간 의적으로 기억해 왔다. 로빈 후드는 권력을 피해 살아남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고, 숲은 그에게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을 내어주었다.

태초의 숲, 자연에는 인간이 아직 설명하지 못한 어떤 질서가 남아 있다. 생명을 유지하고 회복시키는 원초적 에너지가 숲이라는 공간을 통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다. 그래서 이런 모호함으로 인해 숲은 특별한 치유의 비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생각의 근원에는 인간이 가장 오래 살아온 환경이 숲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19세기 독일에서는 자연요법이 발전하면서 숲이 요양 공간으로 인식되었고, 1982년 일본은 '신린요쿠(森林浴)'라는 이름으로 숲 치유를 하나의 개념으로 정리했다. 현대 의학은 숲이 스트레스를 줄이고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연구로 설명하고 있지만, 인간은 연구 결과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이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오늘날 의사의 상징은 지팡이에 뱀이 감겨있다. 이 지팡이를 들고 다니던 의술과 치유를 상징하는 그리스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의술의 신이다. 그의 의술은 치료가 아닌 회복에 있었다. 그의 신전은 도시에 있는 것이아닌 숲에 있었다. 숲, 샘과 동굴은 신들이 머무는 장소였으며,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의 치유 성소 또한 자연 속에 세워졌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몸을 씻고, 쉬고, 꿈을 꾸며 몸과 마음을 회복하려 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와 아르테미스는 자연을 지배의 대상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의 공간으로 바라보게 한다. 인간은 자연을 이용하기 전에 먼저 자연을 두려워했고, 존중했으며, 그 안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았다. 치유는 약으로 이루어 지는 것만이 아닌 자연환경 전체가 치유이 공간으로 되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다.

인간은 도시보다 숲에서 훨씬 긴 시간을 살아왔다. 도시의 역사는 길어야 수천 년이지만, 숲과 초원에서 보낸 시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길다. 우리의 몸은 문명을 빠르게 받아들였지만, 생명의 기억까지 그렇게 빨리 바뀌긴 힘들다. 그래서 숲에 들어서면 특별한 설명이 없어도 마음이 먼저 편안해지는 것이다. 마치 불편한 고향 집에서 느끼는 말할수 없는 편안함. 자연, 숲은 인간에게 안락함을 제공해준다.

숲속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 빨리 걸을 이유도, 누군가와 경쟁할 이유도 없다. 바람을 느끼고, 흙을 밟고, 나무 그림자를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잊고 지냈던 감각이 하나둘 돌아온다. 숲에서의 치유는, 인간 안에 오래전부터 남아 있던 자연의 기억을 다시 깨어나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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