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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09 14:12:00
  • 최종수정2026.07.09 14:12:00

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이른 아침, 한국어학급에 먼저 달려온 녀석이 화분이 놓인 창가에 서서 작은 소리로 속삭인다. 이마와 목덜미에서는 땀이 흐르고 있다. 언제나 뛰어다니는 녀석은 늘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 있다.

나는 컴퓨터를 연결하고 교재와 학습지, 필기구 등 수업 준비를 하며 귀를 길게 늘어뜨렸다. 녀석의 진지한 대화를 들으며 만감이 교차한다.

도무지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녀석이 언제나 따뜻한 마음을 보여주어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녀석은 비밀스럽게 대화를 이어갔다.

"파리지옥아~ 친구 좀 도와주면 안 돼·"

파리지옥을 들여다보며 뭔가 간절하게 부탁하고 있다.

"이것 좀 봐. 벌레가 이렇게 잎을 두 개나 먹었어. 파리지옥이 벌레를 잡아먹으면 좋겠어."

파리지옥 옆에 있는 만손초를 가리키며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감히 끼어들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만손초 잎을 벌레가 갉아 먹어서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아이의 눈에도 그게 거슬렸던 모양이다. 대화를 하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의젓하게 느껴졌다.

중국에서 온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는 말을 따뜻하고 재미있게 하는 편이다. 한번은 한국어 수업 시간이었는데, 이름에 받침이 없는 친구의 이름을 부르면서 불쌍하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친구들의 이름을 호명하고 선생님 이름까지 말하면서 다 받침이 있는데, 친구만 받침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쌍하다고 했다.

수업 중 받침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지는 문장을 배우면서 문득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수시로 재미있는 질문도 자주 한다. 특히 주말을 보내고 온 후에는 질문이 쏟아진다. 무더위가 오기 전 어느 날에는 얇은 점퍼를 입고 와선 한국어학급에 오자마자 벗어 던지며 짜증을 냈다.

"선생님, 오늘 더운데 왜 우와기 입어야 돼요· 오늘 30도예요. 더워죽겠어요!"

할아버지와 사는 녀석은 늘 대화 속에 할아버지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이 잡곡밥처럼 섞여 있을 때가 있다.

지난주에는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와서 칭찬을 해 주었다. 칭찬을 들으며 뭔가 생각이 났는지, "선생님 진짜 궁금해요."라며 바로 이어서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왜 머리를 자르면 씻어야 돼요· 나는 진짜 머리 씻는 거 싫어해요." 머리 감는 것을 싫어하는 아이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른 후에 감겨주는 것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얼굴을 찌푸리며 진짜진짜 싫다는 말을 반복했다. 머리를 자르면 작은 머리카락이 붙어있어서 깨끗하게 감아야 한다고 알려주며, 선생님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감으면 기분이 좋다는 말도 슬쩍 덧붙였다.

"그래도 나는 머리 씻는 것 안 좋은데, 개굴개굴~"

녀석은 안 좋다고 하면서도 '개굴개굴'이라는 말을 했다.

녀석이 기분이 좋을 때면 늘 사용하는 단어가 '개굴개굴'이다. 질문이 해결되고 기분이 좋아졌다는 뜻이다.

녀석이 주머니에서 작고 예쁜 돌을 꺼낸다. 늘 바닥을 살피며 다니는 녀석은 남들이 보지 못하는 진귀한 것들을 잘 찾는다. 파리지옥 화분에 하얀 돌을 놓아주며 이리저리 보살펴준다.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도 덩달아 즐겁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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