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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얼마 전, 고속도로를 달리다 여주시 인근에 '세종대왕면'이라는 지명이 등장했음을 알았습니다. 경주의 '문무대왕면'에서 느꼈던 새로움이 다시금 느껴지더군요. 요즘 전국을 다니다 보면 생소하지만 눈에 선뜻 들어오는 특이한 지명을 자주 대하게 됩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과거의 고루한 지명을 과감하게 버리고 지역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강렬하고 특이한 이름, 혹은 한 번 들으면 잊히지 않을 이름으로 개명을 추진하기 때문이지요.

강원도 양구군의 '국토정중앙면' 같은 경우, 원래 지명은 '남면'이었으나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의 정중앙에 해당하는 지점이 도촌리 산 48번지에 위치한다는 점에 착안해 면 이름을 변경하였다고 하더군요. 행정 명칭이 지리적 상징과 결합하면서 '국토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이 관광 자원이자 지역 브랜드로 기능하게 된 것이지요. 이런 점에서 충주의 '중앙탑면'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 개명 사례는 여러 곳에서 찾아집니다. 강원도 영월군의 '무릉도원면'은 2016년까지 '수주면'으로 불리던 지명을 면내의 무릉리와 도원리에서 이름을 따 이상향을 뜻하는 무릉도원으로 새롭게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대구광역시 군위군의 '삼국유사면'은 역사와 문화 자산을 전면에 내세워 '고로면'에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고려 시대 일연 스님이 집필한 삼국유사의 정신적 배경지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지요. 강원도 영월군의 '김삿갓면'은 '밀주' '하동면'으로 불리다가 2009년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조선 후기 방랑 시인 김삿갓의 거주지와 묘, 문학관이 자리한 이곳에서는 해마다 관련 축제가 열리며 김삿갓의 고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름이 지닌 어감과 이미지 역시 지명 변경의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경기도 여주시 산북면의 '하품리'는 발음상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2013년 '명품리'로 바뀌었습니다. 마을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하품'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삼척시의 '후진해수욕장'이 '삼척해수욕장'으로 바뀐 것 역시 같은 맥락이겠지요.

지형적 특징을 그대로 이름에 담은 사례도 있습니다. 강원도 평창군의 '한반도면'은 2009년 '서면'에서 이름을 변경했습니다. 평창강 인근의 지형이 한반도를 닮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입니다. 우리 충북의 '속리산면' 역시 '내속리면'에서 개칭되며,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산 이름을 전면에 내세웠지요.

도시 지역에서도 지명 변경은 꾸준히 이어져 왔습니다. 청주시의 '성화동'은 본래 '농촌리''농촌동'으로 불리던 지역이었는데, 1990년 농업 중심의 지역 성격을 반영하던 이름을 도시화된 공간의 이미지를 담아내는 이름으로 변경하였지요.

이처럼 지방자치단체들이 지명을 바꾸는 목적은 관광 활성화, 역사 복원, 지역 이미지 개선, 정체성 확립 등 다양합니다. 따라서 지명 변경은 과거를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지역의 어떤 특성을 선택적으로 드러낼 것인지 고심한 흔적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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