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1.6℃
  • 맑음충주 20.3℃
  • 맑음서산 23.0℃
  • 맑음청주 21.5℃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2.2℃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5.3℃
  • 맑음광주 24.5℃
  • 맑음부산 26.5℃
  • 맑음고창 23.5℃
  • 맑음홍성(예) 22.3℃
  • 비제주 23.9℃
  • 맑음고산 24.3℃
  • 맑음강화 21.5℃
  • 맑음제천 20.6℃
  • 맑음보은 21.1℃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25.7℃
  • 맑음부여 21.8℃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회장

'정직하다'라는 형용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가득한 작은 책방에서였다.

지난 5월 청천면의 한 서점에서 인문학 북토크가 열렸다. 저자는 《호의에 대하여》를 발간한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었다. 주택 방 한 칸에 서가를 들인, 동네 사랑방 같은 서점 마당을 사람들이 빈틈없이 가득 채웠다. 열기를 내뿜는 오후 햇살이 무색할 만큼 참석자들의 표정엔 설렘과 기대감이 넘쳤다.

책방 대표 천정한 교수가 행사 경위와 취지를 설명했다. 양산에 있는 '평산책방'의 선한 영향력이 충청도의 작은 동네 서점까지 미쳤음을 알았다.

작가 소개를 마친 진행자가 괴산에 대한 첫인상을 물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작가가 아무 생각 없이 왔다고 대답했다. 진행자는 말을 조금 바꾸어 다시 물었다. 생각을 더듬는 듯한 표정으로 뜸을 들이던 작가는 같은 대답을 했다.

"죄송하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왔습니다."

객석에 잔잔한 웃음 물결이 지나갔다. 질문 의도를 감추지 않은 진행자가 힌트를 주듯이 거듭 물었다. 처음 방문한 괴산의 자연이나 사람들에 대한 간단한 소감 한마디를 청했다. 그러나 기대를 저버린 그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전날부터 당일 오전까지 서울과 괴산의 강연 일정을 마치고 오느라, 차 안에서 행사 내용만을 생각했다는 것이다.

융통성 없는 그의 언어에서 솔향기가 풍기는 듯했다. 가식 없는 태도가 그동안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청렴결백한 공직자의 이미지 그대로였다. 짧은 침묵 끝에 나온 솔직한 한마디가 지나온 시간 법조인으로서의 행보를 비춰주는 듯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비슷한 상황에서 분위기를 고려한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었으리라. 시간을 쪼개어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더라도 기대에 부응하는 몇 마디쯤 할 법도 했다. 하지만 그는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

가볍지 않은 유익한 주제가 담백하게 펼쳐졌다. 국가와 사회를 위한 성숙한 시민의 역할을 생각하게 했던 시간이었다. 이타적인 신념과 가치관에 충실한 전 법조인의 삶의 철학이 인상 깊었다. 그는 자신의 신조에 따라 퇴임식 다음 날 바로 지방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사회자가 재판관직에서 시민으로 돌아온 현재, 중요한 가치관이 무엇인지 물었다. 주저 없이 '공존'이라는 답이 나왔다. 선한 사람들이 넘쳐나고 호의가 선순환되며 공존하는 국가를 지향한다고 했다. 평균인의 삶을 넘어서는 삶을 지양하고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이바지하는 삶을 살겠다는 말이 묵직한 울림을 주었다.

그가 선한 영향력을 언급할 때면 은인 김장하 선생 이야기를 빠트리지 않는다. 어려운 학창 시절에 받았던 호의의 씨앗이 튼실한 결실로 이어지는 선한 영향력에 더불어 흐뭇했다.

책방을 나오면서 정직한 언어의 무게를 가늠해 보았다. 솔직한 표현에서 언어의 품격을 느꼈다. 가식적이지 않은 진솔한 말이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설득력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듣기 좋은 말을 찾느라 언어의 무게를 간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