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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저녁 때다. 요리 재료를 하나씩 싱크대 위에 올려놓았다. 메인은 호박이다. 청양고추, 양파, 마늘, 대파, 새우젓 등 준비하고 있다. 뒤에서 남편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 위에 좀 갔다 올게 ''

''응, 갔다 와서 설명해 줘''

거실 창가로 남편이 보인다. '쳇 자기는 반바지 입으면서..'

젊어서부터 옷차림에 대한 지적을 받았다. 그걸로 자주 다투었다. 더운데 어쩌란 말이냐는 식으로 대응했다. 귀촌 십 년이 돼 간다. 아직도 옷에 대한 지적의 홍수다. 짧은 반바지는 사실 나도 부담스럽다. 육십 대 아닌가. 무릎을 살짝 보일 듯 말 듯한 걸로 만족한다. 그걸 뭐라 한다. 마을에서 반바지 입고 다니는 사람 없다고.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다. 더워 죽겠는데.

며칠 전 다투었다. 반바지 입고 산책을 다녀왔다. 집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역정이다. 옷차림이 그게 뭐냐고. 어이가 없다. 그러나 나는 참는다.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완고한 성격의 남자다. 이제는 다투기도 지친다. 남편은 시골스럽게 입으란다. 분위기 파악 못하냐고. 사실은 분위기 파악한다. 내 선에서. 초창기 오십 대에는 끈 달린 짧은 원피스를 입었고, 집 밖으로 나갈 때에는 숄을 걸쳤다. 그러다 한쪽 어깨가 스르륵 노출되면 불벼락이 떨어졌다. 현재 그 짧은 원피스, 반바지는 옷 수거함에 넣어서 없다. 그러나 村의 집은 띄엄띄엄 있다. 우리 집서 밖을 내다보면 사람들이 숟가락 크기로 보인다. 그리고 이웃 몇 분하고 내왕한다. 이웃은 동생이고 형님이다. 이제는 편안한 이웃으로 자리 잡았다.

저녁식사를 마무리하고 거실 소파에 앉는다. 최근에 산 주인이 바뀌었다. 오늘 트럭에 짐 가득 두 대가 올라갔다며 궁금해했다. 나는 차(茶)를 마시며 무엇이냐고 묻는다. 남편은 별거 없다고 한다. 그 산이 사유지이기는 하지만 마을 산책로이기도 하다. 남편에게 다시 묻는다.

''당신도 반바지 입었구먼 나한테 자꾸 왜 그래!''

이 남자 하는 말 보소.

''나는 남자잖아, 당신처럼 반바지 입고 다니는 여자 없어''

이 고루한 사고방식을 기지고 있는 사람에게 나는 칠부바지를 사야겠구먼! 투덜거리며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 봐''

나만의 사적인 공간인 방으로 향했다.

우리 집에는 여자는 오로지 나 혼자다. 친정 동생, 남편, 두 아들, 손자까지도. 나는 나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주길 바란다. 그러나 남편은 거꾸로 나라에서 온 사람 같다. 나이 들면 여성 호르몬이 분비되어 남성은 여성화가 된다고 한다. 그러나 남편의 옷 단속은 점점 심해진다. 점잖게 입으라고, 나잇값 하라고 요구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나는 아직 육십 대다. 부모님 세대와는 다르게 우리 세대는 이십 년 젊어 보인다. 실제로 그렇다. 예전의 조부모님 세대를 생각하면 안 된다. 자녀를 많이 생산하고 일이 고됐다. 우리 부모님도 육 남매를 낳았다. 일제의 강점기 시대와 독립 후 이념전쟁으로 내전을 겪었다. 국가도, 개인도 가난했던 시절이었다. 부모님의 잘 살아보겠다는 노력으로 우리는 나름 잘 먹고 잘 입었다. 자녀도 하나 아니면 둘을 출산했다. 이른 결혼으로 오십 대에 아이들이 자신들 만의 가정을 이뤘다. 나는 자유 시간이 넘쳐난다.

나는 사회가 요구하는 모든 의무를 마쳤다. 잉여 인간이다. 이제는 나에 대한 투자이다. 내 이름을 당당히 밝히며 인간 속에서 나에게 맞는 취미로 정신과 육체를 건강하게 다스리고 있다. 모름지기 인간은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취미로 인간관계를 새롭게 형성하면서 바쁘게 산다. 외부의 시선은 괜찮게 입는다고 한다. 정작 중요한 내 편인 남편은 자꾸 브레이크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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