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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05 15:32:39
  • 최종수정2026.07.05 15:32:38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어디선가 성큼 다가오고 있는 눈부신 기척/ 더듬이 열어 오감 열어두면/ 사르는 향불처럼 뜨거운 그리움 일어/ 속절없는 눈물 떨구게 하는/ 그대 옆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운/ 선명한 단어 그대/ 우리는 서로 팽팽하게 당겼지만/ 어느덧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실체 되어/ 아득히 먼 지평선 너머/ 함께 가야 할 그날을 위해/ 우리는 지상에서/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음계로 연주한/ 너랑 나 하모니/ 아름다워 슬픈 사람아/ 아픈 사랑아/ 서글픈 연가(戀歌)로 하나 되어가고 있는/ 내 사랑 그대

- 姜海隱(미향), 「7월 세레나데」, 전문



이 시는 7월이라는 시간 경계에서 시작한다. 여름 초입, 현존재가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점 위에서 사랑이라는 사건이 태어난다. "성큼 다가오고 있는 눈부신 기척"은 단순한 계절 감각이 아니라, 인지 구조 전체가 세계를 새롭게 감지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더듬이 열어 오감을 열어두면"이라는 표현은 지각이 확장되는 상태를 보여준다. 일상에서 선택적으로 작동하던 감각이 세계 전체를 향해 열리며, 사랑은 외부 대상이 아닌 '의식 전체를 재조직하는 사건'이 된다. 이 지점에서 "그대 옆에 있어도 그대가 그리운" 역설이 빛난다. 곁에 있음에도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대상이 물리적 존재를 넘어 '의미의 심연'으로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라캉 '결핍에 의한 욕망'과 맞닿는다. 라캉은 인간을 근원적 결핍을 지닌 존재라고 보았다. 욕망은 그 결핍을 메우려는 움직임이지만 완전히 충족될 수 없으며, 인간은 새로운 대상을 향해 끊임없이 욕망하며 살아간다. 즉 욕망은 채워지지 않기에 지속되고, 그 지속이 사랑의 시간을 만든다.

"팽팽하게 당겼지만 부서지지 않을 단단한 실체"라는 구절은 관계의 진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초기 사랑에 대한 긴장과 끌어당김은 시간이 지나면서 파괴가 아닌 창조적 구조로 승화된다. 독립된 두 자아가 충돌과 조율을 거쳐 '상호주관성'이라는 하나의 단단한 실체를 이루는 과정이다. 플라톤의 반쪽 인간 신화처럼 결핍을 인식하고 맞물리되, 단순한 합체가 아니라 서로를 유지한 채 이루는 조화다.

이 조화는 "가장 고결하고 아름다운 음계로 연주한 너랑 나 하모니"에서 절정에 이른다. 사랑을 음악으로 치환하는 순간, 감정은 시간 예술로 전환된다. 흘러가며 사라지는 음악 속에서 사랑은 가장 강렬하게 생명을 얻는다. "아름다워 슬픈 사람아, 아픈 사랑아"라는 부름은 그 본질을 드러낸다. 사랑이 완성될수록 상실의 그림자가 짙어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움과 슬픔은 분리되지 않는다.

70대 사랑은 더욱 깊다. 젊음의 폭발적 욕망이 아닌, 삶의 경험이 축적된 후에야 가능한 '존재 전체의 수렴'이다. 이미 지나온 시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 사랑은, 계획이 아닌 '남은 시간에 대한 선택'이다. 병원 대기실에서 조용히 손을 잡고, 공원 벤치에서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식탁 위 따뜻한 국 한 그릇을 건네는 손짓처럼, 사랑은 더 이상 사건이 아니라 지속되는 상태가 된다.

마지막 "서글픈 연가(戀歌)로 하나 되어가고 있는"은 결정적 통찰이다. 사랑은 기쁨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슬픔을 공유하고 받아들일 때 더 깊어진다. 이는 정서적 공명이며, 타자의 고통을 자기 안으로 포용하는 윤리적 태도이기도 하다.

결국 이 시는 사랑을 말하면서 동시에 존재를 말한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는 방식 전체를 바꾸는 사건이다. 늦게 올수록 더 깊고, 짧지만 눈부신 7월 빛처럼 모든 것을 드러낸다. 두 사람은 이미 하나의 긴 세레나데로 울리고 있다. 완성은 끝이 아니라, 끝까지 함께 울려야 할 아름다운 하모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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