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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7.01 14:43:43
  • 최종수정2026.07.01 14:43:42

최한식

수필가

▲월드컵의 계절입니다. 연만하신 분을 뵙습니다. 안녕하세요?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그날이 그날이지, 요 며칠은 축구 보며 지냈는데 화만 잔뜩 나데.

▲어르신도 축구 보셔요?

△뛰는 거야 못하지만 보는 건 눈만 있으면 되는 거 아녀? 큰 텔레비전 집에 있고.

▲어르신 연세가 구십 가까우시잖아요?

△나이가 무슨 상관이여, 마음은 삼십인데….

▲우리나라 하는 거 다 보셨어요?

△첫 경기는 다 봤는데, 두 번째는 지니까 그렇대. 마지막은 보다 말았어. 화가 나고 답답하더라고, 왜 그렇게 밖에 못해, 이상하데.

▲선수와 감독이 국민들로부터 엄청 욕을 먹잖아요.

△안 됐어. 누구는 지고 싶어 그렇게 했을라고. 생각대로 안 되고, 몸이 말을 안 들은 거지.

▲이번엔 32팀이 본선에 올라갔어요. 우리도 올라가야 하는 것 아니었나요?

△법대로 하는 거지 별 수 있어? 남들도 올라갈 거라고 해서 그럴 줄 알았지, 어디가 이기고 비기고 계속 따졌잖아. 안 될라고 그랬던지 우리한테 안 좋은 데로만 가더라고, 내 참.

▲올라가도 망신만 당할 거라고 많은 이들이 그랬어요.

△모르는 거여, 국민들이 그 난리를 쳤으니 다들 정신 차렸을 건데….

▲이번 월드컵 씁쓸하시죠?

△다 그런 거지. 지는 팀이 있어야 이기는 팀도 나오지. 월드컵은 맨날 이기는 팀이 정해져 있잖아? 축구에 실력 차가 많나 봐?

▲유럽과 남미 나라들이 워낙 잘 하니까 그 외의 나라들은 들러리 같아요.

△그래도 난 축구가 단순해서 좋아. 손만 안 쓰면 되잖아?

▲오프사이드라고 아세요?

△몰라, 선수들도 옥신각신 하잖아, 나야 뭐 심판이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거지. 그래도 축구만큼 단순한 게 없어. 골대 안으로 그냥 차 넣으면 되는 거잖아. 뭐든지 쉽고 단순한 게 좋아.

▲이웃 나라 일본이 아주 잘 하는 거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시아에서 잘 하는 나라가 있으면 좋긴 한데, 그게 일본이라니 좀 그러네.

▲그러고 보니까 어르신만 해도 일제 때를 몸소 겪으셨겠네요?

△맘이 안 좋지, 그런 얘기는 하지 마.

▲본선 첫 경기에서 일본이 졌어요, 기분이 괜찮으셨나요?

△왜 자꾸 그런 걸 물어? 세월이 흐르며 한·일, 남·북 그래도 많이 좋아졌어. 이제는 죽기 살기로 안 하잖아.

▲어르신, 사람들이 이번 감독과 축구협회장을 엄청 비난하잖아요? 어르신 의견은 어때요?

△무슨 꼬투리를 잡으려고 그런 걸 자꾸 물어. 그 왜 예전에 대통령 나오려고 했던 양반 있어, 아마 2002한일월드컵 때 축구협회장 했을걸. 그러고 이번 회장이 오래 했잖아. 돈도 많이 썼을걸. 자본주의 사회서 돈 많이 쓰면 큰 일 한 거 아닌가?

▲그럼 감독은요?

△왜 이랴, 모른다니까. 그 키 크고 멀쩡하게 생긴 양반이지? 한일 월드컵 때 스페인인가 하고 승부차기 마지막 성공해서 이긴 양반, 팔 벌리고 웃던 모습이 잊히질 않아. 우리 축구를 위해 많이 애쓴 양반인데 너무 막다른 곳까지 몰아붙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다음 월드컵도 또 있고, 그거 말고도 축구할 일이 엄청 많을 걸.

▲우리나라가 졌는데 그래도 축구 보세요?

△우리가 지니까 일삼아는 안 보고, 어쩌다 눈에 띄면 잠깐씩은 보게 되더라고.

▲그럼 이번 월드컵에서 어디가 우승할 것 같아요?

△그거, 하나도 관심 없어. 지들끼리 하는 일이잖아.

▲인제, 어르신 무슨 일이 재미있으실까요?

△트로트라던가, 그런 노래하는 거나 봐야지. 뭐 별 거 있다고….

▲우리의 한 여름 밤 꿈이 허무하게 지나갔습니다. 건강한 여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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