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맑음동두천 20.9℃
  • 맑음강릉 24.1℃
  • 맑음서울 21.6℃
  • 맑음충주 20.3℃
  • 맑음서산 23.0℃
  • 맑음청주 21.5℃
  • 맑음대전 23.2℃
  • 맑음추풍령 22.2℃
  • 맑음대구 24.8℃
  • 맑음울산 25.3℃
  • 맑음광주 24.5℃
  • 맑음부산 26.5℃
  • 맑음고창 23.5℃
  • 맑음홍성(예) 22.3℃
  • 비제주 23.9℃
  • 맑음고산 24.3℃
  • 맑음강화 21.5℃
  • 맑음제천 20.6℃
  • 맑음보은 21.1℃
  • 맑음천안 21.6℃
  • 맑음보령 25.7℃
  • 맑음부여 21.8℃
  • 맑음금산 21.8℃
  • 맑음강진군 25.5℃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5.0℃
기상청 제공

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나비

시인·중앙대문예창작학과 박사

보리수가 가지마다 충혈된 눈을 달고, 척후병처럼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가만히 있어도 등줄기에 땀이 배어나는 7월의 길목, 메일함을 열다가 정*국 시인이 보내온 문장에 시선이 멈추었다. 3년 동안 계간지 편집장 일을 맡아주어서 고맙고 얼마 남지 않은 기간 잘 마무리 하자는 감사와 격려였다. 그런데 메일의 첫 문장이 종일 내 뇌 속을 떠나지 않는다. "더위가 시작됩니다. 계절도 짐이 되는 나이가 슬슬 버겁네요." 치열하게 여름을 건너온 이만이 알 수 있는 삶의 무게가 그 짧은 안부에 묻어 있다. 종일 문장을 곱씹다 보니, 박범신 작가의 소설 『소금』이 머릿속에서 서걱인다. 소설의 주인공인 시인이 염부 선명우에게 질문을 한다. "얼마나 더 나이가 들면, 사는 게 무섭지 않을까요·" 라는 술에 취해 꼬부라진 그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귓가를 파고들 것 같다.

나이를 먹고 경력이 쌓이면 내 삶이 조금은 더 의연하고 단단해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그저 생각일 뿐이었다.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나온 지 어느덧 이십여 년이 훌쩍 넘었고, 최근에는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표창'이라는 과분한 상을 받았다. 참으로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신기하게도 내 마음속에 가장 먼저 찾아든 감정은 기쁨보다 '두려움'이었다. 어른으로서,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깨에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함께 근무하는 동료 교사들의 나이가 대부분 20대이다 보니, 나의 말 한마디와 행동 하나에도 생각이 많아진다. 내가 무심히 던진 시선이, 혹은 타성에 젖은 발걸음이 이제 막 교직에 첫발을 딛는 그들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게 될지 걱정스러운 것이다. 문득 내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돌아보며, 마음 깊이 간직해 온 서산대사의 시를 나직이 읊조려 본다. "눈을 밟으며 들길을 갈 제 행여 어지러이 걷지 말지라 오늘 남긴 내 발자국은 마침내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오늘 내가 남긴 서툰 발자국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어지러운 미로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이정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후배들을 볼 때마다 "어지러이 걷지 말라"던 옛 선사의 죽비 소리가 어깨를 후려치는 것 같다.

수령 해 온 모범 공무원증을 펴 본다. '모범'이란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서툼을 인정하고 끊임없이 돌아보며 옳은 길로 가려는 태도는 아닐까. 시를 쓴다는 것 또한 결국 내면의 욕심을 덜어내고 바르게 걷기 위한 '마음공부'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은 무섭고 계절은 버겁지만, 도망치지 않고 내 몫의 길을 묵묵히 가려 한다. 창밖으로 7월의 더운 기운이 일렁인다. 내 지나온 발자국처럼 가지 끝에서 흔들리는 보리수 잎을 보며, 다시 인생의 여장을 꾸린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철탑산업훈장 수상'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 인터뷰

[충북일보] ㈜광스틸이 2026년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영예의 철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2000년 설립 후 20년간 건축자재 제조 외길을 걸어온 곽인학 ㈜광스틸 대표이사는 이번 수상에 대해 "지난 20여 년간 오직 '더 안전하고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겠다'는 외길을 걸어왔다"며 "그간 숱한 난관 속에서도 타협하지 않고 기술 혁신과 품질 향상에 매진해 온 광스틸의 고집과 정직함을 인정받은 것 같아 감회가 매우 깊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0년이 이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수훈을 계기로 향후 100년을 이어갈 지속가능한 건축 자재 리딩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광스틸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대기업 산단 현장과 공공기관에 자재를 납품하며 독보적인 신뢰를 쌓아오고 있다. 안전과 품질에 있어 단 1%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는 가운데 광스틸은 '철저한 품질관리'와 '현장 맞춤형 솔루션 제공'으로 꾸준히 선택받고 있다. 광스틸의 시그니처인 '스피드블록메탈패널'은 세계 최초로 실리콘을 쓰지 않는 Non-Caulking(논 코킹) 방식이 적용됐다. 기존 패널의 외벽 오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