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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6.30 14:11:11
  • 최종수정2026.06.30 14:11:11

이정희

수필가

마을 뒤 공원에 클로버가 피었다. 어릴 때는 반지로 묶고 목걸이를 만들어서 걸고 다녔다. 나폴레옹이 하루는 네 잎 클로버를 보았다지. 신기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는 순간 휙, 총탄이 날아갔다. 클로버 때문에 화를 모면하다. 행운이라는 꽃말은 그래서 나왔다. 보통은 세 가닥이고 네 잎은 기형이라는데…….

어떤 임금이 몹쓸 병에 걸렸다. 행복한 사람의 속옷을 입으면 나을 거라는 처방이 나왔다. 하지만 온 나라를 뒤져도 그런 사람이 없다. 어느 날 찾기는 했는데 가난해서 입은 적이 없단다. 그런데 어찌 행복하다는 말이 나왔을까.

내남없이 불행하다는데 혼자 행복한 사람이 행운의 실체를 명쾌하게 풀었다. 맑은 날은 맑아서 좋고 태풍이 지나갈 때는 푸르러질 하늘을 생각했겠지. 행운은 몰라도 행복은 충분히 가꿀 수 있다면서 그렇게.

누가 봐도 행운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허름한 오두막에 꽃이라야 들꽃 몇 포기가 전부였겠지. 그래도 피고 나니 오두막집 뜰이 다 환하다. 치수에 맞는 행복이 그려진다. 낡은 집에서도 비바람을 피할 수 있으니 나름 만족했으리. 끝내는 온 나라에서 유일하게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낱 동화지만 속옷 한 벌로도 충분한 오두막집 행복을 깨우쳤으니 나 또한 엄청난 행운의 주인공이다.

방방곡곡 뒤져서 간신히 찾아냈더니 속옷이 없다. 행운이니 행복도 가끔은 엉뚱하다. 처방이 나올 때부터 행복을 자처했으면 임금도 다이렉트로 입었으련만 그래서는 싱겁게 끝났을 테지. 속옷 없는 행복의 주인공이 등장하면서 반전이 일어났다. 행복의 파랑새는 자기를 외면하는 사람들 어깨에 앉는다. 누구나 행운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크고 멋질 거라는 생각에 놓치고 날려 보냈을 뿐이다.

동화 속 주인공의 행복을 스케치해 본다. 가진 거라곤 유일하게 오두막조차도 감사했겠지. 행복을 심어 가꾸다 보니 임금도 살 수 없는 행운의 꽃을 피웠다. 허황된 것만 아니면 이루어진다. 행운이든 행복이든 파랑새는 저마다 자기 집 새장에 있었으니까.

속옷 없이 살아도 행복한 사람과 천금을 내놓고도 살 수 없는 불행 가운데 우리가 있다. 속옷 없는 사람은 드물 테니 그런 행복은 도처에 깔렸다. 요만큼밖에 못 살아도 풀 한 포기조차 새롭게 보일 때 신기루처럼 나타난다.

행복에 필요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있었다. 그냥 행운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는 거다. 앞 못 보는 사람에 비하면 하늘만 볼 수 있어도 행운이다. 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산새들 노래만 들어도 행복하다.

행복과 행운의 함수를 추적해 본다. 행운은 분명 서민들 로망이지만 어디서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살림에도 불쌍한 사람을 도우면서 착하게 살다 보니까 하늘도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왔다.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이다. 속옷은 없지만, 행복은 있었다. 지금 행복하지 못하면 앞으로도 행복할 수 없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원하는 것을 얻은들 달라질 것은 없으리.

오늘은 어쩐지 행운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설렌다. 로또와 신데렐라처럼 대단한 게 아닌 이상에는 충분히 자신 있다. 모처럼 풀밭에 가길 잘했다. 네 잎 클로버는 찾지 못했지만,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가 음악처럼 정겹다.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 행복도 그래서 더욱 간절하다. 행운에의 당첨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지만 찾지 못할 경우에는 행복도 있다. 네 잎 클로버가 행운이면 흔히 보는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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