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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규

전 상당고 교장, 현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수련기획실장

이따금 친구를 만나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담소를 나누는데 요즘 들어 전에 안 보이던 모습이 새롭게 나타난다. 전 같으면 여러 가지 중에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주제를 찾아내서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가며 어떨 땐 호응하고 어떨 때는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찾으며 대화를 풀어나갔었다 그런데 요새는 상대를 개의치 않고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고, 친구는 상대가 듣던 안 듣던 관여치 않고 자기 이야기만 계속 풀어나간다. 설혹 중간에 다른 사람이 끼어들거나 대화가 중간에 끊어졌을지언정 자기가 하려던 이야기는 기필코 다시 살려내어 이어지도록 어지간히 용을 쓰고 있다. 과연 이게 대화일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데 문뜩 주간 요양원을 운영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요양원에 들어온 사람들을 보면 여성분들은 금세 주변 사람과 친해지고 대화도 쉽게 풀어나가고 음식도 나눠 먹지만 남성분들은 그렇지를 못하단다. 방에 들어와도 멀뚱히 벽만 쳐다보고 있거나 화난 사람처럼 표정을 굳히고 TV를 적으로 여기며 하루를 버티다가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가기 일쑤란다. 그러나 치매 증상이 있는 남성 어르신들은 이와는 다르다. 두세 명이 모여도 여타 남성 어르신들과는 달리 대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듯 하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상대의 이야기는 아예 들을 생각도 안하고 자기 이야기만 줄 창 이어간다고 한다. 며느리 이야기 손주 이야기 자식이 돈 잘 번다는 이야기 등으로 자기 말을 쏟아내므로 얼핏 보면 대화를 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자기 이야기만 벌려 놓고 있으니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거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상대의 말을 중간에 끊지는 않고 있다지만 이것은 대화도 아니요 서로 발설만 하고 있을 뿐 공통성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다. 친구들의 대화 모습도 바야흐로 이런 치매 노인 경지에 접근하는 거가 아닌가 하여 소름이 돋는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청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경청의 기저에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있어야 하며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서야 경청도 가능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못하고 있음을 왕왕 경험하게 된다. 자! 존중이 크지 않아도 경청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그것은 '관심의 공유'이다. 요즘 카톡방에 새로 등장한 말이 공유란 단어인데 다른 사람과 나눈다는 뜻이 기본으로 깔려 있겠다. 월드컵은 축구 하나로 세계를 열광시키고, 올림픽은 운동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그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관심이다. 관심이 주변과 같을 때 같은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사람들은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 간에 있는 장벽을 스스로 허물고 다가간다. 이것이 '관심의 공유'다.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일지라도 음악으로 하나가 되는 것 역시 관심의 공유 현상이다. 관심을 공유하면 처음 만난 서먹한 사이일지라도 금방 화기애애하게 된다. 하얀 천에 물이 들어가듯이 이윽고 어울려지는 것이다.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이나 축구나 테니스 또는 골프 같은 운동에서 시작하여 삶을 바라보는 견해 또는 생활 관련 축적해온 경험에서 비롯된 삶의 철학까지도 비슷해진다. 오랜 동안 같이 지낸 친구의 생각이 비슷해지고 함께 해로하는 부부의 얼굴이 닮아가는 것은 이렇게 서서히 생각이 같아지는 의미의 공유로 나아간 때문일 것이다.

관심의 공유가 의미의 공유로 진전된 뒤라면 이제는 최상 가치관을 위한 소통으로 나가야 하고 그럴 단계가 되었다 보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소통이라 하겠다.

최고의 소통은 君子 和而不同(군자는 조화롭지만 같지는 않다)이겠고 물론 그 반대는 小人 同而不和(소인은 같아 보이지만 화합은 없다)이겠구나. 통한다는 것은 역시 어렵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 합격을 通이라 했고 학식이 뛰어난 선비를 通儒라 했나보다.

관심의 공유는 소통의 한 방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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