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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6.17 15:19:54
  • 최종수정2026.06.17 15:19:54

김일복

수필가

성당 의자에 앉아 십자가를 바라본다. 앞에 앉아 있는 자매님의 옷깃이 보인다. 꼬여있는 옷깃을 보며 옷깃이 꼬여있다고 말해야 하나, 아니면 가만히 있을까·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마 미진이가 이 모습을 봤더라면 당장 달려가 꼬인 옷깃을 펴주고 씨~익 웃었을 거다.

미진이는 사물이 조그만 삐뚤어져 있어도 반듯하게 맞춰야 하고, 열린 문은 반드시 닫혀있어야 한다. 옷에 실밥이 튀어나오면 반드시 깔끔하게 잘라내야 한다. 원래대로 되어있지 않으면 불안하고 당황했다.

그러니 외출하거나 산책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일단 센터에서 나가는 문만 해도 몇 개를 열고 닫히도록 해야 한다. 주변 식당이나 건물에 문이 열려 있으면 지나갈 때까지 잠시 문을 닫도록 해야 했다. 그렇지않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땅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런 미진이에게 나는 "고집이 세다. 버릇이 나빠, 그만해! 그만해! 그래 알았어, 내가 닫을게." 그렇게 반복하며 대하곤 했다. 문이 닫히고 나면 내 손을 잡고 일어났다.

그동안 나는 사물에 집착하는 미진이의 마음이 궁금하지 않았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런데 미진이가 보는 세상은 아마 질서, 정리, 정렬, 비정상적인 것에 향한 감각을 토로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 집에 항상 있던 물건이 제자리에 있지 않으면 화부터 내지 않았던가·

아침에 센터에 도착하면 서로 인사를 나눈다. 미진이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새로 오신 선생님이 인사해도 무뚝뚝하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까지 미진이가 좋아하는 색칠 공부를 한다. 미진이는 늘 검은 색연필로 외각 테두리를 만든다. 그리고 치마나 윗옷에 빨간색을 칠한다.

나는 미진이에게 일부러 밝은 색연필을 쥐여 준다. 하지만 잠시 못 본 사이에 검은색으로 여백을 메우고 있다. 그림을 다 그리고 나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멍하니 있다가 꾸벅꾸벅 졸고 있다. 과부하가 걸린 듯 참을 수 없는 졸음으로 이어진다. 아마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신경계의 반응인 듯하다.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미진이가 선택한 검은색은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세상의 색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미진이의 우울한 얼굴을 본 적이 없다. 미진이는 경계를 분명히 하고 싶은 욕구가 있다. 나는 미진이의 표현이 서로 가능한 관계로 회복될 때 보듬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어떤 색을 칠하고 싶어" 하며 물었다. 미진이는 고개를 들었다. 나에게 반갑다는 '자기 뜻'이었다. 무색하게도 미진이는 다시 그림에 몰두했다. 나는 그림과 마음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것 같았다.

미진이가 그린 그림을 보면서 "잘 그렸네"라고 말했다. 생각한다는 것은 행위를 하기 위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사는 삶 자체가 훨씬 복잡하고 난해하다. 그림은 말 대신 감정, 생각, 과거와 미래를 표현한다. 오랫동안 그림에 몰두하는 미진이의 모습을 보면서 생각을 여는 통로라고 느껴졌다. 미사가 끝나자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매님의 옷깃을 펴 드렸다. 그렇게 머 쩍은 듯 웃은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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