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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6.06.16 16:33:12
  • 최종수정2026.06.16 16:33:12

유지혜

청주시 흥덕보건소 주무관

치매는 단순히 기억을 잃어가는 질환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가족의 일상을 서서히 변화시키는 질환이다. 그렇기에 치매 환자를 위한 돌봄은 단순한 치료를 넘어, 남아 있는 기능을 유지하고 삶의 의미를 지켜드리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흥덕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서 근무한 지 만 5년 된 작업치료사로 현재 치매환자쉼터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쉼터에서 경증치매 어르신들과 함께 하루를 보내며 어르신들의 잔존 기능 유지와 정서적 안정을 위해 다양한 인지 및 신체 활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작업치료는 거창하거나 특별한 치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르신들이 일상을 가능한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하루 속 작은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것 또한 중요한 치료의 과정이다. 쉼터에서는 미술 활동, 회상 활동, 소근육 운동, 음악 활동, 전산화 인지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는 청주시 내 다양한 기관과 협력해 문화·여가 프로그램 등 지역사회 연계 사업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어르신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더욱 활기차고 의미 있는 일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처음에는 낯설어하시며 참여를 망설이던 어르신들도 시간이 지나면 서로 안부를 묻고 웃으며 프로그램에 참여하신다. 한 어르신께서는 "갈 곳이 있어 행복하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 한마디는 치매환자쉼터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아니라, 어르신들에게 삶의 활력과 소속감을 주는 공간임을 다시금 느끼게 해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올해 어버이날 행사였다. 치매환자쉼터에서는 경증치매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어버이날 행사를 진행했다. 어르신들과 함께 카네이션을 만들고 보호자와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추억을 남기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평소 자녀와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가 많지 않았던 한 어르신께서 가족과 나란히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며 깊은 울림을 받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보호자 역시 연신 미소를 지으며 행복해하셨다. 또 다른 보호자는 "치매 진단 이후 부모님이 이렇게 편안하게 웃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고 말씀해주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르신과 보호자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따뜻한 기억을 나눌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다.

치매는 환자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하는 긴 여정이다. 보호자들은 돌봄에 대한 부담과 불안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으며, 때로는 지쳐가는 자신을 돌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다. 그렇기에 치매안심센터의 역할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어르신뿐 아니라 보호자들에게도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로와 지지를 전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흥덕보건소 치매안심센터는 어르신과 가족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존중받으며 살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동반자의 역할을 이어갈 것이다. 나 역시 작업치료사로서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삶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며, 기억보다 오래 남는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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