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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

수필가

건강검진 중 의심되는 부분이 있어 서울 큰 병원으로 정밀 검사하러 간다는 지인의 소식을 들었다. 놀라고 걱정스러운 마음 위로도 할 겸 지인 부부와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본인은 아무 증세도 느낄 수 없는데 검사가 그리 나왔다는 것이 황당하다는 지인에게 별일 없을 거라는 위로의 말을 건네자 본인 또한 가벼운 웃음으로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한다.

저녁 식사 대접을 받았으니 2차는 본인이 사겠다는 지인과 카페에 갔다. 저녁 식사 위로가 고마웠던 지인은 커피 값이 착한 곳으로 가겠다는 내게, 비싸도 상관없으니 분위기 좋은 곳에 가자고 한다. 분위기도 좋고 커피 맛도 괜찮은 좋은 카페를 알고 있다면서 내가 알고 있는 커피 체인점으로 갔다. 일반 카페보다 반값인 저렴한 가격이 적힌 메뉴판을 들여다보던 지인은 "오늘은 당신 덕분에 셈 치고를 할 수 있어서 더욱 기분 좋네" 한다.

"셈 치고· 그게 뭐에요·" 의아해하는 내게

"비싼 커피 마셨다 셈 치고, 남은 차액은 모아두었다가 어느 정도 돈이 모였거나 필요한 곳이 생기면 불우이웃이나 단체에 기부하거든."

거실 한 편에 작은 박스를 돈통으로 마련해 두었다는 그들 부부는 세 끼 식사 중 한 끼를 걸렀다거나, 외식비가 생각보다 적은 금액이 지출되었다면 남은 그 차액만큼을 챙겨 넣는다고 한다. 평소 그분들의 성품으로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았다. 사실 생각하기는 쉬워도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운 것이다. 오늘 저녁 식사 중에도 돌솥밥의 양이 많았던지 남긴 밥은 주방에서 얻어온 빈 용기에 포장해 가는 알뜰함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평소 아끼는 모습이 몸에 배었구나 싶었다.

'셈 치고'라는 표현은 사실을 확정하는 말이 아니라 생각의 출발점을 정하는 말이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확실하지 않은 일이라도, 잠시 그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이야기를 이어가거나 결정을 내리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내가 이 말을 자주 썼던 것은 아이들을 키울 때였다. 각자 자기의 고집을 내세우며 서로 억울하다고 싸우는 아이들의 중재를 이어갈 때 "그렇다 셈 치고 네 말을 들어보자."라며 일단 그렇게 가정하고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살아가면서 간혹 그렇다고 셈 치더라도 이해하기 어렵고 분노할 일에서는 나를 위로하고 설득하기 위한 말이기도 했다. 실제 사용을 보면, 아쉬움이나 체념을 담아 현실을 받아들이는 뉘앙스가 비교적 강해서 '셈 치고'를 들으면 나는 먼저 부정적인 상황을 떠올리곤 했다.

'셈 치고'에는 단순한 체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인 부부처럼 현실은 이렇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보겠다는 의지와 선택도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체념과 극복의 중간쯤에 있는 표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나눔은 가진 것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에서 시작된다.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자신의 삶에도 의미와 따뜻함을 준다는 것을 오랜 나눔을 통해 알고 있는 지인 부부는

"그 차액을 계산해 넣으면서도 가끔 삥 뜯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육천 원을 넣어야 하는데 천 원은 삥 뜯고 오천 원만 넣을 때도 있어"라며 익살스럽게 웃는다. 그런 남편을 바라보며 칠만 원 모았으면 삼만 원 보태서 내니 쌤쌤이라며 환하게 웃는 아내의 모습이 아름답다.

오늘 나의 '셈 치고'는 무엇이었을까. 빈첸시오 성인의 "사랑은 무한히 창의적이어야 한다"라는 말에 머물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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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청주의 문화영토를 넓히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변광섭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대표이사가 지난 4년을 "매 순간 가슴이 뛰는 일들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봤다. 지난 2022년 11월 취임해 약 4년간 청주의 문화예술 현장을 이끌어온 그는 오는 31일 임기를 마무리한다. 취임 당시 청주만의 로컬 콘텐츠를 발굴하고 주요 문화공간을 명소화하며 지역 예술인재를 키우겠다고 약속했던 변 대표는 그동안의 성과와 아쉬움을 함께 전했다. 그는 "아쉬움과 부족함도 있었지만 청주시가 문화적으로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은 것은 청주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선정이다. 문화제조창이 대한민국 로컬100에 선정되고 지역문화대상을 수상한 것 역시 주요 성과로 꼽았다. 변 대표는 "크고 작은 전시와 공연, 축제의 장에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웃음과 박수 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며 "임직원이 함께하고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전했다. 그가 지난 4년간 가장 공을 들인 것은 청주만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이를 지역의 경쟁력으로 키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