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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현

건축사

미국·이란 전쟁이 10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개전 당시 몇 주내에 이란을 굴복시킬 것이라 했다. 그러나 굴복은커녕 미국은 스타일만 구기고 휴전협상도 지지부진하다.

국제사회는 '이번 전쟁의 최종 승자는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최강의 군사력을 동원하여 막대한 돈을 쏟아부은 미국으로서는 이래저래 모양새가 빠지게 됐다. 이에 더하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증대되어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 서방이 번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한 사람의 판단에 의해 나라의 향방이 결정되는 중요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측근의 의견을 수렴해서 신중하게 정책을 세워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 주위에는 직언할 사람이 없다. 관세 정책 및 불법 이민자 단속은 많은 부작용을 낳았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는 마가(MAGA)는 트럼프의 헛발질로 G(Great)는 날아갔다.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독선은 미국은 물론 미국의 동맹국까지 어렵게 하고 있다. 명분 없는 전쟁이 길어지면서 세계는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다. 특히 원유의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의 피해는 극심하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이 걸프 해역에 군대를 파병하지 않는다고 눈을 흘긴다.

<손자병법>을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란을 과소평가한 대가는 컸다. 최고 지도자 '하메네이'와 측근만 제거하면 정권이 무너질 거라는 오판은 과거 1961년 미국이 쿠바 '피그만 침공'의 실수를 다시 보는듯해서 안타깝다. 이란의 핵 제거는 고사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중요성만 이란에 일깨워 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어야 하는 늪에 빠졌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혹시 이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다른 사람들보다 뛰어나다고 과대평가한다고 한다. 자신에 대한 신뢰와 약간의 자신감은 필요할지 모르나 지나친 자신감과 자기 능력에 대한 과대평가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

'통제감(統制感')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사건, 자신과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느낌을 말한다. 신이 아닌 이상 우리가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의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자신의 행동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심리적 현상을 '착각적 통제감(illusion of control)'라고 한다. 통제할 수 있는 것과 통제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동 전쟁은 패권국 미국의 자리를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마틴 돌턴' 교수는 그의 저서 <권력과 통치>에서 세계의 주도권은 더 이상 미국에 있지 않다고 했다. '힘이 곧 정의'라는 트럼프식 논리가 명백한 오류였음을 입증했다고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논평했다. 트럼프가 '뻘짓' 하는 동안 중국은 실리를 챙기고 있으니 통제감의 착각이 부른 뼈아픈 실수가 아닐지 안타깝다.

<호모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지만, 그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은 거의 없다. 새로운 힘을 얻는 데는 극단적으로 유능하지만, 그것을 더 큰 행복으로 전환하는 데는 매우 미숙하다'고 강대국이 남는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숙제를 주었다.

바야흐로 세계 질서는 미국 중심에서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시대로 전환하는 중이다. 자국의 국방과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미국과 중국의 힘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는 대한민국. 이것을 지렛대로 하여 난국을 풀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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