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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숙

시인·한국어 강사

"선생님~"

무슨 일인지 조용히 한국어 학급에 나타난 아이가 손을 뒤로 숨긴 채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보통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평소에는 숨이 목에 차도록 달려와 숨을 몰아쉬며,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소나기처럼 선생님을 불렀었는데, 오늘은 발소리도 없이 슬며시 나타나 '선생님'을 작은 소리로 길게 한번 불렀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다. 더구나 뒤에 숨긴 손안엔 무엇이 들어있을지 몰라 나의 머릿속 기억의 창고에서는 빠르게 회로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지난 시간이 펼쳐진다. 종합 선물 세트 같은 아이는 덜렁대면서도 섬세한 면이 있다. 친구들과 자주 다투기도 하지만 정도 많다. 그런가 하면 순간순간 감정의 기복도 좀 있는 편이다. 가만히 앉아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 활동적인 것을 좋아하며 창의적이다. 애어른 같아서 가끔 선생님에게 쓴 소리를 할 때도 있다. 작년에 중국에서 온 녀석은 밝은 모습으로 사교적인 편이다. 주말을 지내고 등교하면 친구들과 주말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데, 아이는 '속상한 일이 있었어요.', '저는 정말 즐거웠어요.' 등 먼저 한 마디로 기분을 표현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들어주며 공감하고 위로해 주는 것도 안다.

그동안 아이의 행적들이 떠오른다. 녀석의 손에 들려 있던 것들이 선명하게 되살아난다. 작은 돌이나 구슬, 반짝이는 조각들, 문구점에서 뽑기로 뽑은 형형색색의 뱀이나 물고기 등 다양한 것들을 선보였다. 그것들은 아이에게 매우 소중한 물건 그 이상이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교실에 그 물건을 보관할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 후 아이는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한국어 학급에 와서 확인을 하며 즐기는 습관이 생겼다. 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더 관심을 갖게 된 것이다. 가끔 개미나, 거미, 쥐며느리 등을 잡아 올 때도 있었다. 그 기억에 이르자, 오늘 아이의 표정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궁금해졌다.

다시 낯선 아이의 모습을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바라보자, 아이는 손에 쥔 것을 쉽게 보여주질 않는다. 아이 역시 선생님 표정을 살피는 눈치다. 정이 많은 녀석은 가끔 주머니에 과자를 가져와 부스럭대며 행복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다. 옆 반에 있는 동생들에게도 나누어 주며 나눔의 기쁨까지도 전해주곤 했다.

오늘은 뭔가 평소와는 좀 달랐다. 보여달라고 해도 뜸을 들이며 빙긋이 웃었다. 그래서 나도 애써 관심 없는 척하며 귓속말로 보여달라고 하자 손에 들고 있던 달팽이를 보여주었다. 달팽이 집이었다. 등굣길에 달팽이 껍데기를 발견해 가져온 것이다. 신기한 듯이 작은 손으로 이리저리 만지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그 모습에 내 안에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같이 달팽이 집을 들여다보며 말을 건넸다.

"달팽이 집이네. 달팽이도 학교에 갔나 봐. 이따가 학교에서 끝나면 집에 올 텐데, 어떻게 집을 찾을 수 있을까·"

순간 아이의 눈망울이 반짝거렸다. 그리고 재빠르게 교실 밖으로 나가 복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수업을 시작할 무렵, 녀석이 숨을 헐떡이며 돌아왔다.

"선생님, 달팽이가 집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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