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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화

무심수필문학회 회장

<시민과 함께하는 목성균 수필 깊이 읽기>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작가의 기일 즈음에 마음을 같이한 몇몇 작가들과 묘소 참배를 다녀오기로 했다. 월오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일행들을 기다리는데, 누군가 지인으로부터 '왜 하필 약속 장소가 공원묘지 근처냐·'라는 말을 들었다고 화두를 꺼냈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월오동'이라는 지명으로 이어졌다. 어느 분이 '살아 있는 이들의 낮은 죽은 자들의 밤'이라고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월오동은 '낮달이 뜨는 마을'인 것이다. 흥미로운 해석이 삶과 죽음에 대한 사유 속으로 나를 이끌었다. 문득 오랜 기억 속에 있던 어느 하루를 소환했다.

가족 여행 중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갔을 때였다. 아이들의 특별한 선물로 호사를 누렸던 시간이었다. 혼인 30주년을 맞이한 우리 부부를 위해 남매가 예약한 음식점은 디너 콘서트가 열리는 레스토랑 St. Peter Stiftskulinarium이었다. 모차르트의 가족들이 식사도 하고 연주를 했던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아름다운 볼프강 호숫가에 있는 모차르트 외가에서부터 구시가지에 있는 생가까지, 천재 음악가의 흔적을 좇아 충만한 시간을 보낸 하루의 끝자락이었다. 격식에 맞는 옷을 입고 천 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석조 건물에 들어섰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회랑을 걷는데 왼쪽에 있는 묘지가 눈에 들어왔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도심 한복판, 음식점 입구에서 마주한 낯선 풍경에 작은 문화적 충격을 느꼈다.

오감을 만족시킨 홀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묘지 앞을 다시 지나갔다. 아기자기한 식물들이 크고 작은 묘비들을 감싸고 있는 정경이 이색적이면서도 조화로웠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세상, 생과 사의 공간의 경계가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유럽인들이 오래된 도시의 광장이나 성당, 마을 어귀에 공동묘지를 조성하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청주 도심 끝자락에 자리한 '월오동'은 목련공원 길목에 있는 동네이다. 서정성이 느껴지는 지명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는 듯하다. 예전엔 숲에 까마귀가 많아서 '달 월月'과 '까마귀 오烏'자를 썼다는 설이 있다. 지역에서는 대체로 '달이 머무는 고요한 산골'이라는 정서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목련공원과 이어진 산자락 아래 자리한 이 동네는 청주 시내보다 지대가 약간 높고 골짜기가 깊다. 오래전부터 안개와 달빛이 잘 어우러지는 곳이라고 한다. 산세가 초승달처럼 마을을 감싼 형국이라 지명에 '월月'자를 쓴다는 이야기가 있다. 해 질 무렵이면 고요히 떠오른 달빛이 산등성이에 오래 머무는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또한 조용하고 음적인 기운이 강한 골짜기라 달의 이미지가 붙었다는 풍수지리설도 있다.

목성균 수필가의 긴 휴식처는 산등성이 가까운 곳이었다. 맑은 오월 한낮 적당히 적막한 공기가 묘소를 지키고 있다. 하얀 뭉게구름이 펼쳐진 산 아래 풍경이 편안하게 보이는 곳이다. 투명한 햇살을 받으며 문우가 낭독하는 작품 <소년병>을 음미한다. 작품을 통해 만난 고인을 추모하는 마음에 겸허함이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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