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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옥

괴산문인협회 회원

남편이 청주를 다녀왔다. 편안함에 익숙했던 나는 이제 좋은 날은 저 멀리 날아가 아쉬움 한가득이다. 남편과의 동행이 올해로 45년이 되었다. 두 아들은 자신들만의 가정을 이루었다. 우리 부부는 할 일을 마치고 귀촌하여 산다. 직장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그는 은퇴 후의 삶을 즐기고 있다. 적당한 운동과 넓지 않은 밭(田)을 일구며 유유자적이다.

젊어서부터 음주와 담배를 하지 않는 남편은 언제나 칼퇴근하는 사람이다. 집안에 무슨 금송아지를 숨겨놓았는지 늘 헐레벌떡이다. 가끔 직장에서 연수나 출장을 간다. 그때의 나는 자유부인이 된다. 서울내기였던 나는 시골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자연과 벗하리라' 그러나 생각지 못한 함정이 있었다. 그것은 삼식 씨의 생명줄인 밥이다. 식사를 거르면 큰일이 나는 줄 안다. 오로지 끼니때마다 새로운 밥, 과일 조공이다. 빵이나 옥수수, 고구마, 과자류는 간식으로 여긴다. 소형압력솥을 사용한 지 십여 년이 지났다. 밥솥은 오래된 만큼 고장이 잦다. 수리비가 적게는 몇만 원에서 많이 나올 때는 몇십만 원이다. 또 밥이 설렁설렁하다. 어딘가 고장이다

작년에 남편이 전기 압력솥을 의논도 없이 소형으로 구입했다. 처음에 나는 투덜거렸으나 사용해 보니 세상 편하다. 마치 처음 사용하는 것처럼. 그러기를 일 년 지난 시점에서 남편이 딴지를 건다. 밥이 맛이 없다고, 윤기가 흐르지 않고 찰기도 부족하단다. 나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으나 내색은 하지 않았다. 속으로만

'어쩌라고'

오감이 남다르게 뛰어난 사람과 사는 게 쉽지 않다. 사사건건(事事件件) 트집이다. 음식이 짜다, 싱겁다, 맵다, 시다, 달다, 똑같은 찬(饌)이 나온다. 이틀이 지나면 한 달이 됐고, 일주일 지나면 한 달이 됐단다. 짠지 종류는 어떠한가! 일 년이 지나도 짠지는 먹을 수 있다. 그걸 일 년이 훨씬 지났다고 식탁에 올리지 말란다. 나는

'어쩌라고'

후각은 내가 제일 어렵게 여기는 문제다. 우리 집은 거실과 주방이 오픈되어 있는 구조다. 냄새의 근원지는 주방이다. 음식을 조리하기에 냄새는 어쩔 수 없다. 남편은 비린내가 난다. 지린내가 난다. 역한 냄새가 난다. 등등 남편의 지적이 홍수로 쓰나미처럼 몰려든다. 하도 지적을 하니 좋아하는 생선을 먹기 위해서는 생선구이하러 밖으로 나간다. 비린내로 먹기도 전에 질린다며 안 먹겠다고 하지만 나는 구이를 좋아한다. 그 흔한 계란프라이도 나가서 한다. 나는 또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른다.

'어쩌라고'

청각도 마찬가지다. 모든 주방 용기는 도기, 유리, 스테인리스이고 싱크대 상판은 대리석이다. 그릇을 다룰 때마다 서로 부딪치는 소리가 난다. 남편은 나 때문에 놀랐다며 살살 다루라고 말한다. 어떤 날은

''화났어·''

억울한 소리도 듣는다. 끊임없이 나는 속으로 말한다.

'어쩌라고, 어쩌라고'

전기밥솥이 새삼스레 너무 편한다. 나는 창고에 보관 중인 압력솥을 수리해 재사용하고 싶지 않다. 나는 자주 밥을 태우기에 모르쇠로 버틴다. 잠시 한눈팔면 여지없이 탄내가 집안을 잠식한다. 역시나 남편에게서 불벼락이 떨어진다. 나는 무슨 큰 실수를 한 것 마냥 미안함으로 눈치를 본다. 궁색한 변명과 또는 태울 수도 있지 항변하기도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그러한 생활을 반복하기 싫다. 남편이 구입처를 묻는다. 나는 '서울로 상경하여 백화점에 가야 해' 답답한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했던가· 남편은 기어코 수소문을 하여 청주에 있는 매장을 찾아냈다. 느슨해진 고무패킹을 새로 구입한 고무패킹하고 교체했다. 나는

'아 ~ 좋은 날은 갔구나'

그러나 밥맛은 훨씬 좋다. 윤기가 자르르륵 흐르고 찰지다. 바닥에 누룽지도 있다. 조금 더 열을 가하면 과자가 된다. 식후 거실에 앉아 아이들처럼 누룽지 과자를 나눠먹는다. 어느 날은 숭늉으로 만들어 시원하게 마시기도 하겠다. 다시 예전의 일상으로 복귀다. 나는 가끔 밥을 태우고 또 그 사람 눈치를 봐야겠지. 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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