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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록

한국교통대 중국어전공교수

중국 당나라 때 대문호인 한유는 그의 벗 '이허중'의 죽음에 탄식하며 묘지명을 써주었다. 이허중이라는 사람은 뛰어난 관료이며 인품도 좋았는데, 특이하게도 그는 사주팔자의 대가로서, 사람의 운명을 백발백중으로 맞추는 능력이 있었다. '사주'는 '네 개의 기둥'이라는 뜻으로서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말하는데, 이허중은 '사주'가 아니라 '해, 달, 날'의 세 가지만 가지고 귀신같이 맞추었고, 후세에 명리학의 조종으로까지 추앙받게 된다. 그런데 이 사람은 어떤 꿈을 꾼 뒤 그것이 장생불로의 방법을 알려준 것이라 생각하여 수은으로 황금단약을 만들어 복용하다 등창이 나서 죽게 된다. 이 얼마나 허망한 죽음인가. 한유는 이허중이 말해준 꿈이 사실은 '죽음'을 예언하는 것인데, 남의 인생은 귀신같이 맞추면서 정작 자신의 일은 몰랐다고 안타까워한다. 벗의 묘지명이니 한유는 직접 대놓고 '어리석다'고 말하지는 않았으나, 이허중이 연단술에 빠져 목숨을 잃게 된 것을 어리석다 여겼음은 분명하다.

한 정당의 대표라면 당연히 일반적인 사람보다 똑똑할 것이다. 밑바닥부터 정당생활을 시작해서 차근차근 실력과 인맥을 쌓아가며 그 자리에 오르려면 보통 똑똑해서 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지위가 올라갈수록 주위에서 올라오는 정보의 양도 많아지니 더욱 똑똑해지게 마련이다. 그러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의 상황 판단은 일반인들이 따라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만 문제는 인간은 정보를 객관적으로 취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이상적으로 보면 정보로부터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현실에선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결론을 내려놓고 자기에게 좋은 정보만 모으는 확증편향을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이다.

6월 3일 '지방선거'에 따른 민심의 선택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이 이번 지선에서 어렵다는 전망, 이것을 '국민의힘' 입장에서 말하자면 '경고'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런데 장동혁대표는 "어렵다고 전투를 포기하는가!"라고 하며 끝까지 자신의 노선을 견지하였다. 얼핏 들어보면 수십만 외적에 맞서 분연히 일어선 의병의 굳센 결의 같지만, 상황은 완전 다르다. '국민의힘'이 잘못된 계엄에 따른 후폭풍으로 어려움이 있기야 했지만, 2025년부터 장기적 추이를 보면 정당지지율이 민주당을 상회하는 때도 있었다. 즉 장대표가 말하는 '어렵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닥친 것이 아니라 자기가 만든 어려움이었다.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보지 못하면 문제의 해결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니 곧 끝날 선거의 뻔한 결과를 내다볼 최소한의 안목도 기대하기 어려웠다.

헌법정신에 반하지 않는 한, 어떤 정치인이 자기의 신념을 갖는 것은 존중할 수 있는 일이다. 중요한 것은 참으로 목표가 있다면, 은인자중하고 둘러갈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4월 16일에 미래통합당 황교안대표는 자신의 생일날에 총선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였다. 과거에서 배움이 없다면 그것은 어리석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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