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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개인이 건강한 집단을 만든다: 몰개성화(De-individuation)

  • 웹출고시간2026.06.04 14:33:14
  • 최종수정2026.06.04 14:33:14

홍승표

충청북도교육청 유초등교육과장·교육학 박사

'입학식에는 개성 있는 다양한 여러 학생이 모여 있었는데 졸업식에는 개성 없는 비슷한 학생이 한곳에 모여 있다'. 대학 시절 읽었던 책에 담겼던 문구이다. 비록 40여년 전 당시의 교육 실태를 표현하는 예일 수 있다. 개성의 상실을 단편적으로 표현한 예일까· 이 문구는 지금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사전적 의미로 '개성(個性)'은 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취향과 특성, 또는 각 개체의 독특한 특성을 의미한다.

반대 개념으로 짐바도(Zimbardo, 1970)에 의해 제시된 '몰개성화(de-individuation)'라는 개념이 있다. 몰개성화(de-individuation)는 집단 상황에서 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행동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하여 충동적이고 극단적으로 행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몰개성화를 이해하면 과감한 행동에 대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평상시에는 멀쩡하던 내가 '내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놀라곤 한다. 평소 운동 경기를 TV 시청하거나 직관하는 것을 즐기는데, 야구장에 가면 더 과감하게 행동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주변 관중들의 통일된 유니폼이나 응원 분위기도 한몫한다. '나'라는 사람이 특정 야구팀의 팬이라는 느낌이 '나'를 잃어버리는 몰개성화를 초래한 것이다.

​짐바도(Zimbardo)는 몰개성화에 빠지게 되는 조건으로 익명성(Anonymity), 책임감 분산, 집단 소속감, 집단 규모를 들고 있다. 익명성은 어떤 상황에서 더 공격적이고 더 잔인성을 보일 수 있다. 어떤 행동을 해도 내 책임이 아니라고 인식될 때, 더 극단적인 행동도 과감하게 할 수 있다. 집단을 우선하거나 집단의 규모가 크면 몰개성화는 더 활성화된다.

​몰개성화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의식과 자기통제를 잃게 된다. 외부의 자극이나 즉각적 감정에 더 강하게 반응하고 자기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둔감해진다. 이 상태에서는 개인의 도덕적 기준이나 자기 통제력이 약해지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 극단적인 행동이 강화될 확률이 높다. ​몰개성화 행동은 정상적인 상황에서의 행동 패턴과 대조적인 경향을 보인다.

​반면 레이처와 그의 동료(Reicher, Spears, & Postmes, 1995)들은 몰개성화가 개인 정체성의 상실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 정체성을 더욱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잘 활용하면 '득'이 되고, 잘못 활용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몰개성화 현상으로 개인의 자아가 사라지면서 발생하는 무질서한 행동의 경향성도 있지만, 반대로 집단 내 규범과 가치를 공고히 하는 사회적 정체성이 강화되어 그에 따른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확실한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이러한 개인들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 '우리 그리고 함께'라는 공공선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집단을 구성할 수 있다. 또한, 집단도 개성이 있는 개인들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발전할 수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아이들은 몰개성화를 넘어 개개인의 고유한 취향과 창의적이고 바른 개성을 지닌 건강한 개인으로 성장하길 기원한다. 건강한 개인들이 모여 건강한 집단이 형성되어 평화로운 사회와 공동선을 만들어가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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